[문화마당] 서울대 해체론/성기완 팝칼럼니스트
수정 2004-06-03 00:00
입력 2004-06-03 00:00
그래서 서울대 해체론이라는,약간은 무모한 발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민노당이 내놓은 정책의 구체적 조항들과 상관없이,서울대 해체론은 틀림없이 발상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사실 서울대학교는 문제가 많다.진정한 의미의 엘리트들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다.서울대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규모가 어정쩡하다는 것이다.대중적 고등교육의 장 치고는 규모가 너무 작고 반대로 엘리트 교육의 장 치고는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물론 실험실이라든가 어학실습실 등의 규모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그런 것들은 아직도 너무 미비하다.‘규모’는 한마디로 입학인원을 말한다.내 아이디어는 어느 쪽이냐면,서울대학교의 입학 인원을 지금의 10분의1쯤으로 확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아무리 작은 학과라도 과 마다 서른 명 이상의 학생들이 매년 들어온다.법대,경영대 등의 단과대들은 수백명씩이다.물론 엘리트가 많이 필요한 분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야에서 서울대학교의 입학인원은 과잉이다.이 ‘과잉’의 엘리트교육을 출발시킨 시대는 다름아닌 제5공화국이다.그들은 일종의 대중적 ‘무식화’ 정책을 썼는데 그 일환이 서울대의 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이었다.그 명분은 과외교육을 금지한다는 데 있었다.그러나 지금 와서 결과적으로 보면 과외는 그 늘어난 인원의 몇 곱으로 늘어났다.한마디로 만만해 보이니까 거기 더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문대,사회대를 통틀어 1년에 딱 20명만 뽑는다고 가정해보자.법대에 딱 50명,자연대 전체를 합하여 30명,공대는 조금 많이 필요하니까 전체 합쳐서 100명쯤 뽑는다고 생각해보자.그러면 과외가 더 기승을 부릴까? 몇 년쯤은 그럴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러다가 수그러들 것이다.지금은 서울대 입학 인원의 절대 다수를 강남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인원을 적당히 줄이면 강남출신의 비율은 더 높아질지 모른다.그러나 인원을 상상도 못할 만큼 줄여버리면 경향의 격차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아주 높은 수준의 수재는 아무리 강남이라 해도 그 인원이 한정되어 있고 대신 아무리 지방이라 해도 나오게 마련이다.
서울대와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역시 ‘엘리트 교육’일 것이다.엘리트에 관한 한 과거 프랑스의 좌파 총리였던 조스팽의 말이 정답이다.그는 이렇게 말했다.“엘리트는 필요하다.대신 엘리트는 민중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의 서울대 가지고 이런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면,지금 구조의 해체에 준하는 대변화를 꾀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좋지 않을까.
성기완 팝칼럼니스트˝
2004-06-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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