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강의 기적’ 론/손성진 논설위원
수정 2004-06-01 00:00
입력 2004-06-01 00:00
그러나 다른 평가도 있다.그의 고도성장 정책은 빈부·지역격차 확대,경제력 집중,천민자본주의의 만연 등 폐해를 낳았다.가치관의 혼돈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병리적 현상도 고속성장의 후유증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무엇보다 18년 독재로 민주주의를 정체시킨 것은 최대 실정(失政)이다.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형성된 정경유착을 통한 불법지배체제가 IMF사태의 원인이라고까지 말했다.국민을 절대빈곤에서 구한 사람도 박정희지만 쓰러뜨린 사람도 그라는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말살시켰다.’고 그를 비판했다.주돈식 세종대 석좌교수가 ‘소떼를 빨리 몰고 가려고 쌍권총에 채찍까지 든 카우보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지난 29일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박정희 패러다임이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다.”고 발언,재평가 논쟁의 불길을 다시 댕겼다.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서 배울 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그러나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으로 그를 미화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다.한강은 ‘기적’의 이면에 ‘억압’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04-06-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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