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10년만의 해후/우득정 논설위원
수정 2004-05-04 00:00
입력 2004-05-04 00:00
금방이라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착각에 잠길 무렵,기억의 재고가 동이 난 탓인지 어느 새 화제는 ‘최근’,그리고 ‘현재 진행형’으로 옮겨졌다.얼굴이 익숙한 특정인을 필두로 한 정치와 이념,성장이냐 분배냐,주한미군 문제 등 세 녀석 사이에 전혀 공통분모가 없는 주제들이었다.하지만 술을 들이켤수록 머리는 더욱 맑아지고 목청은 높아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당연시하는 한 녀석과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또 한 녀석.접점 없는 논쟁만 거듭하다 보니 종업원이 계속 눈치를 준다.새벽 3시가 넘었다.‘같음’을 느끼기 위해 시작된 만남이 ‘다름’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세월의 간극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4-05-04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