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4월을 보내며/김인철 논설위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4-04-30 00:00
입력 2004-04-30 00:00
<동백꽃 떨어진다/내 어찌 나무에서만 피리/그대 마음에 한 점/흐르는 물에 두 점> 나른한 봄날 오후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은 휴대전화에서 울림이 느껴진다.동창회에서 띄우는 경조사알림 등 이런저런 광고이겠지 하며 열어본 즉 의외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발신자인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저 안부만 물으려 전화까지 하기에는 좀 뭐해서 한줄 날렸단다.

얼마전 자기들만 예외라는 아우성에 못이기는 척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주고는 이내 후회했다.전화란 용건이 있어야 거는 통신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아이들에겐 시도 때도 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종의 오락기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하잘것없는 말들이 오고가는 걸 보고는 적당한 핑계거리가 생기면 아예 끊어버려야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 휴대전화에서 자연과 인간의 정이 물씬 묻어나는 울림이 전해져오다니.

<산벚꽃 반쯤 지고/산마을 한 뼘쯤 가라앉으면/햇빛 사이/딱딱딱딱 딱따구리/소리 가는 길로/내 혼이 가는구나>(박범신의 4월) 나도 아이들에게 배워 문자답신을 보내볼까.

김인철 논설위원
2004-04-30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