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조망권/이상일 논설위원
수정 2004-04-13 00:00
입력 2004-04-13 00:00
실제 조망권을 잊고 사는 사람도 많다.구로동의 한 소년은 자신의 집을 인터넷에 이렇게 묘사했다.“한 울타리에 55가구가 산다.방문에 1,2,3,4,5…번호가 써있는데 우리 집은 32호이다.화장실은 동네 공중변소를 쓴다.”방들이 다닥다닥 붙은 이른바 ‘벌집’에 볕이 들 리 없다.하물며 벌집에서 경치는 언급할 수 조차 없다.
용적률 350%로 지은 아파트단지에 가보면 벌집보다 뭐가 나을 게 있나 싶다.건너편 아파트가 앞을 가로막아 낮에도 형광등을 켜놓고 산다.하늘 보기가 어려워 천공률(天空率)도 낮다.내집 마련에 급급한 사람들을 노리고 빽빽이 아파트를 지어 판 건설업체의 장삿속과 이를 허용한 정부의 단견 정책이 빚은 합작품이다.
햇볕을 쬘 수 있는 권리인 일조권(日照權)은 일반 주거지역에서 합법적인 권리로 인정되지만 ‘조망권’(眺望權)은 부수 권리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여의도 모 아파트 주민이 길건너편 35층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 대해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공사중단을 주장한데 대해 서울 남부 지법은 11일 이를 기각했다.‘조망권은 우연하게 얻어진 반사적 이익이지 사적인 권리’가 아니라는 것.지난해 11월 구로동 주민들의 일조권을 인정해준 서울 고법 판결과 다르다.법원에까지 가서 다툼하기 전에 볕도 쬐고 조망도 즐기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으로 정부와 업체가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
이상일 논설위원˝
2004-04-1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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