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철새와 텃새/양승현 논설위원
수정 2004-02-07 00:00
입력 2004-02-07 00:00
박관용 국회의장은 6선 의원이다.그러나 그는 한번도 같은 당적으로 출마한 적이 없다.1981년 부산 동래구에서 민한당으로 처음 당선된 뒤 12대 신민당,13대 통일민주당,14대 민자당,15대 신한국당,16대 한나라당 의원이었다.그렇다면 박 의장은 철새정치인인가.굴절과 파란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 정당사의 산증인으로 여길 뿐 그를 철새정치인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사실 1인 보스체제로 지탱해온 우리 정당정치에서 같은 당적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다.오죽하면 3김을 ‘정당제조기’라 했겠는가.여야로 기본 골격은 유지했을지 몰라도,숱한 정당의 명멸(明滅)로 ‘우리 당’이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시대다.당적이 바뀌어도 정책노선과 그 뿌리를 유지하면 철새정치인으로 분류하지 않은 까닭이다.16대 들어 무려 194명 의원의 당적이 바뀌었으나 총선연대가 26명만을 철새정치인으로 꼽은 것도 이런 한국정치의 특수성을 감안한 탓이리라.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철새와 텃새 논쟁은 부질없다.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하버드 경영대학원 포터 교수는 10년 뒤인 2014년에는 ‘철새 직장인’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할 것임을 예고했다.“고용형태가 크게 달라져 고급인력은 프로야구의 자유계약제처럼 회사를 골라 다닐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텃새 직장인들의 힘이었던 텃세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래예측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계와 달리 인간세상의 철새와 텃새의 효용은 변하기 마련이다.우리 사회도 벤처기업에서 이직(離職)은 이미 보편화 추세다.하나 철새정치인들에게 고운 시선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한 수의학자의 ‘철새가 조류독감을 옮겼다.’는 조사결과와 겹쳐 더욱 추운 겨울을 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도 철새인데,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2004-02-0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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