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웬 떡이야/김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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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06 00:00
입력 2004-02-06 00:00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등 갖은 나물이 담긴 대접 하나,생선전과 두부전에 어물과 육류를 꼬치에 끼워 익힌 산적 한 접시,쇠고기와 무 두부가 들어간 탕 한 그릇,깨소금과 간장 종지,그리고 밥 한 그릇.경북 안동 하회마을 가는 길 한 음식점에서 만난 헛제삿밥의 차림새다.

몇년전 한 베스트셀러 답사여행기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헛제삿밥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오히려 양반들이 굶주리는 상놈들 보기가 민망해 제사라고 속이고 기름진 음식을 해 먹은 데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더 그럴듯했다.그 유래는, 매일 제사상 같은 호사를 누림에도 예전 양반네들이 가졌던 손바닥만한 염치조차 차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요즘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툭하면 떡접시가 돈다.‘웬 떡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간다.물론 지금도 끼니를 거르고,추위에 몸을 떠는 이들이 엄존하지만 대개는 날마다 제사상,잔치상을 받는다.그럼에도 넘쳐나는 풍요를 실감하지 못한 채 ‘하나 더’를 외치며 자신의 몸과 영혼을 갈아먹고 산다.이제부턴 ‘웬 떡이야.’ 대신 ‘또 잔치네.’하며 범사에 감사하자.

김인철 논설위원 ˝
2004-02-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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