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MA경쟁서 증권사 ‘先제압’
수정 2009-08-27 00:56
입력 2009-08-27 00:00
공정위 “ATM 보유대수 따라 수수료 차등적용은 적법”
●공정위 은행 손 들어줘
다시 말해 셋 중 하나만 유권해석을 통과하더라도 은행이 증권사 CMA 카드에 더 많은 수수료를 물릴 길이 열린다. 은행들은 이달 들어 증권사가 지급결제 업무를 시작하자 증권사엔 은행에 비해 현금지급기 수수료를 높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금지급기의 은행간 수수료란 A은행이 B은행의 현금지급기를 이용한 대가로 은행끼리 내는 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건당 450원이 책정됐다. 은행의 논리는 초기투자도 하지 않고 관리비용도 내지 않는 증권사엔 은행들과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이 보유한 현금지급기는 4만 8994대에 이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현금지급기 유지보수 비용은 연간 1조 5000억원이나 된다. 반면 국내 25개 증권사 전체가 보유한 현금지급기 숫자는 불과 350대 안팎으로 지방은행 한 곳이 운영하는 현금지급기 대수(평균 979)의 3분의1 수준이다.
●증권사 결국 최대 수수료 물 듯
칼자루를 쥐게 된 은행권은 언제, 얼마나 수수료를 높일지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합리적인 수준’만큼만 올리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한 만큼 은행도 잡음이 크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증권사 CMA영업을 견제할 선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보유 대수를 기준으로 3~4그룹으로 나눠 수수료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2000대 이상 기계를 보유한 회사는 현행 수수료인 450원, 200개 이상 2000개 미만 보유 회사는 450원+α, 200개 미만은 450원β로 나누는 식이다.
결국 기준을 어디다 두더라도 증권사는 보유한 현금지급기 수가 너무 적어 최대수수료를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CMA 경쟁에도 치명적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은행권 일부에선 증권사 수수료는 현재 은행간 수수료의 2배 이하에서 결정될 것이란 의견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은행연합회는 이른 시일 안에 소속 은행들이 참가하는 전담반을 만들어 구체적인 차등화 방안을 마련한 뒤 금융결제원에 안건을 보낼 예정이다. 다만 내년 2월까지 추가로 11개 증권사가 지급결제에 돌입하고 여론 추이도 봐야 하는 만큼 서두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윤성은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증권사의 무임 승차를 막을 방안이 나와 다행”이라면서 “수수료는 기존 유지관리비용과 다른 금융기관의 경쟁력 약화까지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9-08-27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