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축행사 없는 삼성 창립 70주년
김효섭 기자
수정 2008-03-21 00:00
입력 2008-03-21 00:00
특검 등 최대시련 위기극복 과제만
하지만 서울 태평로2가 그룹 본사의 분위기는 차갑고 무겁다.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이에 따른 수사 등 창사 이래 가장 어지러운 상황을 맞은 탓이다. 전·현직 최고경영진에 이어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까지 검찰조사를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축(自祝)은 생각할 수도 없다.
삼성그룹은 2006년 말 기준 매출 152조원, 순익 14조원으로 다른 그룹들과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국내 부동(不動)의 1위 기업이다.59개 계열사에 25만명이 고용돼 있고 브랜드 가치는 170억달러, 주식 시가총액은 14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SDS, 제일기획 등 대부분 주력기업들이 해당 업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출은 2006년 기준 700억달러로 국내 전체의 21.5%를 차지했다. 성장 초기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본 대표기업 소니를 이미 브랜드가치와 시가총액에서 제쳤다.
삼성그룹이 1950년대 이후 보여온 사업영역 확장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삼성은 제일제당(53년 창업)과 제일모직(54년) 등 경공업 중심에서 63년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인수와 69년 삼성전자공업(현 삼성전자) 창업을 통해 현재 그룹의 주력인 금융과 전자사업을 시작했다.74년 삼성중공업·삼성석유화학 등 중화학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78년 삼성반도체,82년 삼성반도체통신 등으로 첨단산업 진출의 씨앗을 뿌렸다.
그룹 관계자는 20일 “경공업-중화학공업-전자업-정보기술(IT)로 이어지는 삼성의 선택은 한국의 기업사와 궤적을 함께한다.”고 말했다.
87년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삼성그룹은 88년 ‘제2창업’,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등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빠르게 확보했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97년 외환위기,2002년 대선자금 수사,2005년 안전기획부 ‘X파일’ 사태와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수사 등 그간 숱한 고비를 넘겨왔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전과는 다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개혁 촉구, 특검의 강도높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도 삼성중공업이 연루됐다.
삼성그룹은 이번에 70주년 기념식이나 임직원 포상 등을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삼성 70년사’ 발간 작업도 중단했다. 지난해 말 이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식이나 올초 시무식 취소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4월 특검 수사가 끝난 뒤 ‘그룹 쇄신안’을 내놓는 것을 추진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높은 대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이 ‘제3창업’에 버금가는 대결단으로 이번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갈지 주목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8-03-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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