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회공헌기금’ 속앓이
수정 2004-05-22 00:00
입력 2004-05-22 00:00
●사면초가 빠진 재계
재계는 현대차 등 4개 완성차 노조에 이어 김대환 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사회공헌기금의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노조 요구대로 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을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다음달 이후로 예상되는 하투에서 노동계의 입장을 강화,노사협상을 힘들게 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공식논평을 발표하는 등의 맞대응은 자제하고 있다.노사문제와 관련해 재계의 목소리를 내는 한국경영자총협회만 공식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경총은 “노동계의 사회공헌기금 조성 요구는 원칙적으로 교섭대상이 아닌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나서 완성차 4사 노조의 요구에 국한된 사회공헌기금 문제의 공론화를 언급하는 것은 전 산업계의 노사갈등을 유발하고 기업의욕을 감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사회공헌기금 조성은 경영사항이어서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이런 입장을 내놓으면 기업으로서는 기금을 안 낼 수 없어 사실상 준조세를 신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사회공헌기금으로 내야 할 순이익 5%에 대한 정확한 액수를 파악하는 등 대책수립에도 여념이 없다.이번에 사회기금조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1조 4794억원이어서 5%인 874억원을 기부해야 한다.현대차는 지난해 ▲태풍 ‘매미’ 관련 수재의연금 50억원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90억원 ▲대구지하철참사 지원금 20억원 ▲차량정비 10억원 등 총 170억원을 기부금으로 내놨다.
대기업 관계자는 “자발적 기부가 되어야 하는데 노조가 강압적으로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으라고 하고 정부가 거드는 모습을 보면서 재계가 ‘무장해제’ 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 회동이 분수령
재계는 25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그룹총수,경제단체장들간의 회동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대기업들은 회동에서 소비부진과 실업,고유가 등 서민생활 문제,투자활성화와 윤리경영,공정위 계좌추적권 등 경제현안에 대한 재계 입장도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비정규직과 사회공헌기금 문제가 불거져 나와 입장조율에 부심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2004-05-22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