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족’에게 공직이란
수정 2009-05-28 00:00
입력 2009-05-28 00:00
30년전… 권력·출세 발판, 요즘… 신분보장·안정
●공무원 인식도 과거엔 부정적
30년 전 공시족들은 공직에 입문하면 권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행안부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 대학생의 공직 및 고시관에 관한 연구서’(1979년)에 따르면, 당시 대학생 1399명 중 14.2%(199명)가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로 ‘권력에 대한 매력’을 꼽았다. ‘출세하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6.7%(93명)에 달했다.
하지만 13년 뒤인 1992년 조사에서는 권력 때문이라는 답변이 0.7%로 뚝 떨어졌고, 2004년에도 2%에 불과했다. 대신 신분보장을 이유로 선택한 응답자가 30%를 넘었다.
30년 전에는 공무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공무원을 존경한다는 답변은 17.6%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배가 넘는 38.3%에 달했다. 93.4%가 ‘관청에 갔을 때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공무원이 되기 싫다고 말한 학생 중 12.1%는 ‘공직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라고 답해 ‘보수가 적기 때문’(7.4%)보다 많았다.
●부모·친지 권유도 거의 없어
요즘 선호하는 배우자의 직업으로는 공무원이 단연 최고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최근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4.9%가 공무원을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30년 전에는 정반대였다. 당시 남자 대학생 중 10.1%만이 ‘배우자가 공무원이 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여자 대학생 역시 42.2%(찬성 42.5%)가 남자가 공무원 직업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해,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공무원을 하라는 주변의 권유도 적었다. 1979년에는 1.1%만이 ‘부모 또는 친지의 권유’로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지만, 요즘의 공시족들은 31.6%가 주변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공부는 독서실 아닌 학교도서관에서
30년 전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곳도 지금과 달랐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58.8%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특히 국·공립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79.6%가 학교도서관에서 시험준비를 한다고 했다. 반면 요즘 상당수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사설독서실을 이용한다는 답변은 3.0%에 불과했고, 절 또는 고시촌에 들어간다는 비율도 3.2%에 그쳤다.
30년 전 공시족들이 합격 후 가고 싶어하는 부처는 경제기획원(18.7%)이었다. 다음으로 내무부(12%)·청와대(6.25%)·재무부(5.8%) 등이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행안부와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수습사무관(일반행정)들의 부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문화체육관광부(18.3%)와 보건복지가족부(14%)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행정안전부(10.8%)와 지식경제부(8.6%)는 뒤로 밀렸다.
요즘은 졸업 후에도 합격할 때까지 공무원시험 준비를 계속하는 게 일반 추세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공시족 중 35.8%는 재학 중 합격이 안 되면 방향을 바꾸겠다고 했고, 합격할 때까지 하겠다는 비율은 13.2%에 그쳤다.
행안부 관계자는 “1970~80년대에는 공무원에게 권한이 집중돼 직업 선호도가 높았고, 요즘은 안정성 때문에 관심이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20년 뒤에는 간단한 업무는 로봇이 대신해 공무원 수가 줄어들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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