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판한다며 날린 대북풍선에 ‘북향민 개인정보’ 실려 있었다

신진호 기자
수정 2026-10-19 13:46
입력 2026-10-19 13:21
이름·연락처·탈북 전후 주소 등 포함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구하며 대북방송과 대북 풍선을 제작해 온 비영리단체가 탈북한 북향민의 개인정보가 담긴 메모리카드를 풍선에 실어 북한을 향해 날려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북한발전연구원은 2022년 5월 경기 북부 접경지에서 대북 풍선 2~3개를 날려 보냈다. 당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보수정권 출범을 계기로 북한 인권 단체들의 대북 풍선 살포가 이어지던 때였다.
일부 풍선이 북쪽으로 넘어가기 전 경기 가평군 야산에 떨어졌고, 이를 회수한 경찰은 풍선에 담겨 있던 SD카드 여러 개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선전물 등을 수거했다. SD카드에는 한국을 홍보하는 영상 등이 저장돼 있었다.
경기북부경찰청이 풍선에 담긴 SD카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홍보 영상뿐만 아니라 엑셀 파일도 발견했다. 파일에는 북향민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경위를 살펴보니 북한발전연구원은 2019년 7~9월 에너지경제연구원 의뢰로 ‘북한 에너지산업 현황 및 유통 상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수행했고, 당시 설문에 참여한 북향민 131명의 개인정보를 담은 엑셀 파일을 SD카드에 저장해 보관했다. 엑셀 파일에는 북향민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탈북 연도, 탈북 전 거주지와 직업 등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2023년 9월 15일 북한발전연구원 대표에게 대북 풍선에 실어 보낸 SD카드에 북향민 개인정보도 저장돼 있었던 사실을 알려줬고, 같은 해 10월 사건을 개인정보위에 넘겼다. 같은 해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 풍선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을 ‘표현의 자유’ 위반으로 위헌 판정을 내려 관련 수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위는 북한발전연구원의 대북 풍선 제작 담당자가 기존 SD카드를 제대로 포맷하지 않고 재사용하면서 개인정보 파일이 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북한발전연구원 측은 “우리 단체가 조직적으로 살포를 추진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향민의 개인정보를 신중히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문제의 SD카드가 그대로 북한에 넘어갔다면 북향민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은 그들의 가족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경찰로부터 2023년 9월 SD카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통지받고서도 북한발전연구원이 올해 7월 8일에서야 개인정보위에 개인정보 유출 통지·신고를 했다는 점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을 알게 된 개인정보처리자는 72시간 이내에 유출 항목, 유출 시점과 경위, 구제 절차 등을 알려야 한다.
올해 8월 개인정보위 제2소위원회는 북한발전연구원이 북향민의 개인정보를 SD카드에 저장해 보관하면서 안전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암호화하지 않은 점이 구(舊) 개인정보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경찰 통보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3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지하고, 신고한 것도 법 위반행위로 보고 과태료 720만원을 부과했다.
북한발전연구원 측은 북향민 개인정보가 담긴 SD카드는 수거된 것 하나뿐이라며 다른 풍선을 통해 북한에 개인정보가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진호 기자
세줄 요약
- 북향민 131명 개인정보 SD카드 풍선 탑재
- 이름·주민번호·주소 등 민감정보 포함
- 개인정보위, 미암호화·지연통지 위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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