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옮기고 병뚜껑 열면 월 120만원 번다”…中 ‘로봇 과외’ 정체는? [월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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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수정 2026-10-14 17:18
입력 2026-10-14 14:51
세줄 요약
  • 로봇 학습용 동작 데이터 수집 일자리 확산
  • 컵 집기·병뚜껑 열기·설거지 반복 작업
  • 낮은 임금과 피로로 이직 잦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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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세계로봇대회(WRC)’에서 ‘파이센 AI’의 로봇이 장난감 조립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026.9.30 신화통신 뉴시스
지난 8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세계로봇대회(WRC)’에서 ‘파이센 AI’의 로봇이 장난감 조립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026.9.30 신화통신 뉴시스


중국에서 사람이 직접 컵을 옮기거나 설거지하는 동작을 데이터로 만들어 로봇에게 집안일을 가르치는 일자리가 늘고 있다. 언젠가 자신을 대신할 기계를 제 손으로 키우는 셈이어서 아이러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역에서 프리랜서 ‘로봇 트레이너’들이 동작 인식 장비를 몸에 달고 컵 집기, 병뚜껑 열기,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가공 과정을 거쳐 주방과 공장, 슈퍼마켓 등에서 일할 로봇을 훈련하는 데 쓰인다.

이 같은 일자리는 중국 소셜미디어(SNS)와 구인 플랫폼에 갈수록 자주 올라오고 있다. 월급은 4000~6000위안(약 80만~120만원) 수준으로 주로 실직자나 유연한 근무를 찾는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은 뒤 나이 때문에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류윈(40)씨도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베이징의 한 작업실에서 손목에 센서 팔찌를, 손가락에 칩을 끼운 채 컴퓨터 화면의 지시에 따라 컵을 옮기고 표면을 닦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작업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시 대상이었다. 대형 화면에는 생산성과 정확도에 따라 작업자 순위가 매겨졌으며, 하루 할당량은 160건이었으나 성적이 좋은 사람은 260건 넘게 해내기도 했다.

산시성 출신 대학생 쑨(22)씨는 여름방학 인턴 자리를 알아보려다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옷을 개고 바닥을 쓸며 로봇 훈련에 쓰일 규격화된 동작을 기록했다. 일당은 주간 근무가 120위안(약 2만 4000원), 야간 근무가 135위안(약 2만 6700원)이었다.

하지만 단순 반복 작업에서 오는 피로감에 비해 수입이 적어 몇 주 만에 그만두는 등 이직이 잦았다. 쑨씨 역시 몸과 마음의 피로를 보상하기에는 수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반면 일하는 방식이 자유로워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노동을 데이터로 모으는 일은 집안일을 넘어 다른 분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8월 선전의 기술 기업 ‘파이센 AI’는 한 환경미화 업체와 손잡고 거리 청소부들에게 데이터 수집 장비를 지급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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