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진정한 상혼

김상연 기자
수정 2026-10-13 03:50
입력 2026-10-13 01:03
신도시에 살 때 집 근처에 새로 문을 연 식당에 간 일이 있다. 주문을 받는 주인의 언행을 보니 대기업에서 퇴직하고 막 음식 장사를 시작한 사람 같았다. 신장개업한 식당답게 전체적으로 깨끗했지만 음식에 깊은 맛은 없었다. 무엇보다 음식의 양과 반찬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손익 계산을 하는 인상이었다. 다시 올 일은 없을 거라는 마음으로 식당 문을 나섰다. 얼마 후 그 식당이 문을 닫은 사실을 알게 됐다.
‘상혼’(商魂)이라는 단어를 편애한다. 돈벌이에도 혼을 담는다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장사(사업)를 한다. 하지만 돈만 보고 장사하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 마음을 우선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손님들은 그 미세한 차이를 금세 안다.
음식 맛이 괜찮아서 종종 가던 식당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 갔다가 실망해서 다시는 못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가가 올라서인지는 몰라도 음식의 내용물이 부실해진 느낌이었다. 계산대에서 주인에게 솔직한 평가를 한마디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나왔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2026-10-13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