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시끄러울수록 공장 오염 심해진다고?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7-10 09:59
입력 2026-07-10 09:59
세줄 요약
- 이민 입법 증가와 공장 독성배출 동반 상승
- 미국 1만4390개 제조시설, 8만2377건 분석
- 정부 자원 분산이 환경감독 약화로 연결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싱가포르경영대 공동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이민 관련 입법과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0일 밝혔다. 정치적으로 이민 이슈가 핵심 의제로 부각될수록 정부의 환경감독이 약화되고 결국 기업의 독성물질 배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경영학 분야 국제 학술지 ‘경영학 저널’에 실렸다.
정부의 행정력과 예산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 현안이 등장하면 정부의 관심과 자원은 해당 분야에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환경 감독처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정책 분야의 집행력이 약화되는 이런 현상을 ‘제도적 혼잡’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독성물질배출목록(TRI)과 미국 각 주의 이민 관련 입법 데이터를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전역 1만 4390개 제조시설에서 수집된 총 8만 2377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민 관련 법안이 한 건 증가할 때마다 제조시설 한 곳의 독성물질 배출량은 평균 약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장당 약 25㎏의 독성물질이 추가 배출되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이런 증가 추세는 환경 규제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환경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오염 저감과 독성 폐기물 처리 노력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현상은 지방정부의 재정이 어려울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부채가 많거나 재정 부담이 큰 주에서는 정치적 관심이 새로운 이슈로 쏠릴수록 환경 감독이 더욱 약화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는 이민 이슈를 사례로 분석했지만 이런 현상은 특정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정치적 의제 경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다.
이번 연구는 환경오염의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정의’ 실현과 공공정책 수립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를 이끈 이나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민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제의 변화가 환경감독을 약화시켜 기업의 오염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정부의 한정된 자원이 특정 이슈에 집중되더라도 환경감독은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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