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엄벌’ 한국의 미래?…범죄자 ‘더’ 날뛰는 英 “14세로 상향”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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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수정 2026-06-29 15:16
입력 2026-06-29 15:10
세줄 요약
  • 영국, 형사책임 연령 10세→14세 상향 권고
  • 낮은 기준이 청소년 재범과 공공안전 악화 초래
  • 뇌과학·통계 근거로 낡은 제도 개편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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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잉글랜드·웨일스의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현행 10세에서 14세로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123rf
영국에서 잉글랜드·웨일스의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현행 10세에서 14세로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123rf


우리나라 정부가 형사미성년자, 이른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60년 넘게 형사 책임 연령을 10세로 유지해 온 영국에서 정반대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촉법소년 기준이 낮은 탓에 오히려 청소년 범죄와 재범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의학계가 한목소리로 기준 연령을 14세로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주말판인 옵저버는 28일(현지시간) 영국 법정변호사회(Bar Council) 소속 전문가 패널이 만 10세인 현행 형사 책임 연령을 14세로 높여야 한다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패널은 보고서를 통해 어린아이들을 10세부터 형사사법 제도에 편입시키는 현재의 방식이 오히려 청소년 재범률을 높이고 공공의 안전을 해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커스티 브림로 법정변호사회 의장은 “이 기준은 60년 넘게 바뀌지 않으면서 잉글랜드·웨일스의 법은 이제 다른 나라들과 점점 더 동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탈리아와 독일의 촉법소년 기준 연령은 한국과 같은 14세이며, 스코틀랜드는 12세다. 잉글랜드·웨일스의 10세 기준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모니터링 위원회도 수차례 기준 연령을 14세로 상향할 것을 촉구해 왔다.

브림로 의장은 기준 연령 상향이 아동의 범죄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재범률을 낮출 ‘효과적인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아이들을 무작정 범죄자로 낙인찍는 대신 이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미래의 피해자를 줄이는 데 효과가 검증된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강경하게 구는 것과 범죄의 원인에 강경하게 대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뇌과학 연구 성과도 연령 상향의 근거로 제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인지신경과학 교수이자 패널 위원인 세라-제인 블레이크모어 교수는 최저 연령법이 제정된 1963년 이후 뇌 발달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학문적 성과를 반영해 낡은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계 역시 현행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영국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자의 3분의 2가 출소 후 다시 범행을 저지르고, 성인 상습범의 80%는 어릴 때 이미 사법 제도를 처음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림로 의장은 “10~13세에 유죄 판결을 받은 아이들이 이후 가장 심각하고 지속적인 범죄 경력을 쌓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이 논란 없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93년 두 명의 10세 소년이 당시 2세였던 제임스 패트릭 벌저를 유괴해 살해한 사건 이후 정치권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기준 연령 상향을 꺼려 왔다.

브림로 의장은 해당 사건이 “감정적으로 강렬하게 와닿는 사례”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이 그처럼 심각한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선을 그었다.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극단적인 아동 흉악 범죄를 기준으로 삼아 현재의 기준 연령을 적용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법무장관은 “세부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극소수의 어린 아이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을 언급하며 “매우 신중하고 섬세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 법무부 대변인 역시 “형사 책임 연령은 현재 10세이며, 변경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항상 전문가의 증거에 근거할 것이며 공공의 이익과 피해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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