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3건 中 2건, 반려인이…“학대범 사육금지 제도화해야”[취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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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윤 기자
수정 2026-04-18 10:00
입력 2026-04-18 10:00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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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물학대에 엄정 대응하고, 동물 ‘비물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물학대에 엄정 대응하고, 동물 ‘비물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동물학대에 엄정 대응하고, 동물 ‘비물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동물학대 사건 3건 중 2건은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상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이 검토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에게는 아예 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18일 동물자유연대가 취합한 지난해 선고된 동물학대 1심 판결문 45건을 분석한 결과, 30건(66.7%)은 피고인이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학대한 사례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024년 12월 크리스마스 날 대구에서는 반려견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가전제품 전선을 물어뜯는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죽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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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간한 ‘동물학대 재범차단을 위한 법적 방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피의자 중 동종 재범자는 대략 1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간한 ‘동물학대 재범차단을 위한 법적 방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피의자 중 동종 재범자는 대략 1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전체 판결 가운데 동물보호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례도 4건 있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피의자 중 동종 재범자는 대략 10%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다만 동물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없어 동물학대 범죄는 암수범죄 비중이 높은 만큼, 더욱 적극적인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사각지대 탓에 햄스터와 기니피그 등을 학대하는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30대가 지난 2월 다시 토끼를 분양받을 뜻을 내비치는 글을 SNS에 올려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키우던 동물의 생명을 빼앗고 또 다른 동물을 데려오겠다는 글을 올린 날은, 동물보호단체가 작성자와 피학대 동물을 격리 조치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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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학대동물 격리 조치 이후 동물 학대 남성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 캡처. 동물자유연대 제공
피학대동물 격리 조치 이후 동물 학대 남성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 캡처.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단체들은 동물을 반복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이 더는 동물을 소유하거나 사육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사육금지제도)에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현행법에는 동물학대 행위자가 추가로 동물을 분양받는 것을 강제로 막을 규정이 없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독일과 영국은 동물학대범에 대해 사육을 금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동물학대범에 대한 사육금지 조치에 높은 공감대가 형성된 점을 바탕으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동물학대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육금지 조치에 응답자의 93.2%가 찬성했습니다. 반려인(94.3%)과 비반려인(92.7%) 모두에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 학대 피해 동물을 어떻게 보호할지, 사육금지 명령의 이행을 누가 감시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세부 설계 논의는 남아 있습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은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기존에 키우던 동물의 양육권을 어느 범위까지, 어떤 방식으로 박탈할 것인지 등을 두고 기본권 침해와 동물 보호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며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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