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이 푸넨 코헤시티 CEO가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코헤시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민나리 기자
“오늘이 화요일인데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망가뜨렸다면, 코헤시티는 즉시 월요일의 깨끗한 복사본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코헤시티 기자간담회에서 산제이 푸넨 CEO는 보안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같이 정의했다. 최근 국내 대형 통신사와 금융권이 잇따른 데이터 사고로 수천억 원대 과징금 위기에 처한 상황을 정조준한 발언이다. 푸넨 CEO는 데이터 보안이 IT 부서의 기술적 과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경영 지표가 되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구글과 VMware 등 글로벌 빅테크 요직을 거친 그가 베리타스 인수합병 이후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헤시티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들이 설립한 AI 기반 데이터 관리 전문기업이다. 최근 전통의 데이터 보호 강자인 베리타스(Veritas)의 핵심 사업부를 인수하며 글로벌 1위로 도약했다. 이미 포춘 500대 기업 중 86%를 고객으로 확보했을 만큼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 특히 엔비디아가 직접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유일한 데이터 관리 기업이라는 점은 코헤시티가 단순한 백업 회사를 넘어 AI 인프라를 지탱하는 필수 파트너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헤시티가 이날 제시한 핵심 해법은 ‘AI 레질리언스(Resilience·회복탄력성)’다. 단순히 해킹을 막는 성벽을 쌓는 것을 넘어 사고로 데이터가 파괴되거나 오염됐을 때 마치 시간을 되감듯 ‘사고 직전의 멀쩡한 상태’로 얼마나 빨리 복구해내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코헤시티는 데이터 유출이 단순한 평판 하락을 넘어 기업의 재무 상태까지 흔드는 생존 문제라고 보고, 언제든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코헤시티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새로운 위협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기계의 속도(Machine-speed)로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오염시킬 경우, 사람이 인지하고 대응하기엔 이미 늦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헤시티는 기업용 서비스 관리 플랫폼인 ‘서비스나우(ServiceNow)’ 및 클라우드 모니터링 전문 ‘데이터독(Datadog)’과 시스템을 통합했다. 서비스나우가 AI 에이전트의 관제탑 역할을 하며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데이터독이 위급 신호를 보내면, 코헤시티가 즉시 오염 전 상태로 데이터를 자동 복구하는 삼각 공조 체계를 완성했다.
이러한 강력한 보안 역량은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공격적 전략’으로 이어진다. 코헤시티의 AI 솔루션인 ‘가이아(Gaia)’는 금고에 보관된 백업 데이터를 단순한 짐이 아닌 ‘AI 학습의 기지’로 탈바꿈시킨다. 직원이 “지난 3년간의 계약서 중 특정 독소 조항이 들어간 서류를 찾아 요약해줘”라고 질문하면, 가이아가 백업된 방대한 서류더미 속에서 즉시 정답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외부로 복제할 필요가 없어 보안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담회에서 푸넨 CEO는 AI의 발전 속도보다 무서운 ‘데이터 규모’의 폭증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통찰을 던졌다. 그는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AI의 작동 속도가 아니라, AI가 결과물로 쏟아내는 데이터의 양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는 상황 그 자체”라고 짚었다. 여기서 언급된 단위는 ‘패타바이트(PB)’다. 1패타바이트는 고화질 영화 50만 편을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양으로, AI가 스스로 문서를 만들고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기존 데이터 규모가 10배, 50배로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진단이다.
코헤시티는 이미 미국에서 수백 패타바이트의 데이터를 보호하며 그 안정성을 입증해 왔다. 푸넨 CEO는 “한국 고객들도 이미 패타바이트급 데이터를 코헤시티 솔루션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데이터 홍수 시대에는 이를 버텨낼 체력이 필수적”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안심하고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데이터 최후 보루로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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