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테슬라 ‘로봇대전’ 점화… 고사양 ‘아틀라스’ vs 대중화 ‘옵티머스’

하종훈 기자
수정 2026-02-19 16:18
입력 2026-02-19 16:17
13만 달러 산업형 vs 2만 달러 범용형
아틀라스, 생산성 3배 정밀 공정형 로봇
옵티머스, 연 100만대 양산 목표 제시
가격 전쟁·기술 전쟁 동시 점화
현대차, 인건비 낮춰야 생존 절실
테슬라, ‘규모의 경제’로 확장 나서
휴머노이드 관련 규제 선제 마련해야
서울신문 DB
전기차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통한 수익원 창출에도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사양·고정밀 산업용 로봇 ‘아틀라스’로 자동차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테슬라는 대중화를 염두에 둔 ‘옵티머스’를 내세워 ‘로봇 대전’의 향방이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콧 쿠인더스마 로보틱스 연구 담당 부사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술 리더 중심 연구 조직에서 벗어나 사업 회사로 체질을 바꾸고 비용 구조와 수익 모델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말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까지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S와 모델X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두 차종을 생산하는 미국 공장 일부 라인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양산 기지로 전환될 예정이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와 테슬라 옵티머스는 방향성에서 차이점이 있다. 아틀라스는 옵티머스와 유사하게 산업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지만, 우선순위는 판매보다 자체 활용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글로벌 공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해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부품 분류 작업부터 시작해 2030년 조립 공정까지 맡기는 정밀 기술자형 휴머노이드를 지향한다. 실제 아틀라스는 고난도 정밀 하역 작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고중량·고위험 공정을 인간 작업자와 분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1대당 약 13만 달러(약 1억 8700만원)로 추정되는 아틀라스가 인간보다 최대 3배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하고, 2년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신문 DB
반면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보급형 노동자 전략을 내세웠다. 머스크 CEO는 기가팩토리의 수많은 단순 반복 공정에 옵티머스 수천 대를 투입해 인건비를 낮추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기가 텍사스는 옵티머스가 가장 활발히 투입되는 메인 허브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 연간 3만대 수준 생산을 목표로 하지만,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장기적으로 연간 100만대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가격 역시 옵티머스는 2만 달러(약 2800만원) 수준으로 예상해 저렴한 가격으로 로봇의 대중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계산이다. 테슬라의 기존 전기차 공급망과 자율주행 기반 AI 하드웨어를 공유해 부품 소프트웨어 비용을 낮추고, 이르면 내년 말 외부 판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고성능·고정밀 작업을 통해 생산성의 질을 끌어올리는 로봇에 투자한다면, 테슬라는 대중화와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두 회사의 전략이 갈린 배경에는 기업 구조와 환경 차이가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는 높은 인건비 구조와 노조의 압박 속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와 경쟁해야 하는데, 로봇을 통한 원가 절감이 생존 전략”이라며 “테슬라는 소수의 차종 중심으로 연간 160만~180만대를 판매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뤄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가정용 로봇 등 보다 폭넓은 시장을 꿈꾸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과 테슬라는 모두 ‘엔드투엔드 밸류체인’(제품 서비스가 고객에 전달되는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공급망) 구축을 통해 AI 로봇 시장에서 선도적 우위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수출입은행은 현대차그룹이 AI 모델과 소프트웨어가 로봇과 연동될 수 있도록 연결 통로를 열어두는 ‘오픈 API 전략’을 통해 언어적 추론 능력을 내재한 시각·언어·행동 모델(VLA)을 이식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지만,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데이터의 절대량이 충분하지 않아 AI의 자가 학습 속도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AI 로보틱스 분야에 50조 5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밝혀, 테슬라의 AI 투자비(13조 5000억원)를 상회한다는 점은 주목된다.
자율주행차가 안전 기준과 책임 규정 정비 과정에서 논란을 겪었던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관련 제도가 선제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산업 발전 속도가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규제를 선도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역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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