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불 밝힌 지구대…“시민 안전은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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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환 기자
임태환 기자
수정 2026-02-16 11:00
입력 2026-02-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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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들이 골목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있어요. 아이가 너무 무서워하는데, 제발 좀 와주세요.”

설 연휴 둘째 날인 지난 15일 오전 1시. 서울 북부지역 한 지구대 상황실의 정적을 깨는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전화기 너머로는 술에 취한 이들의 웃음과 고성이 뒤엉켜 있었다. 전화를 받은 A경사는 신고자 위치를 재차 확인한 뒤 외투를 챙겨 곧장 순찰차에 올랐다.

현장에 도착하자 주택가 골목 한복판에서 술에 취한 남성들이 서로를 밀치며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이 사이를 가로막고 차분히 귀가를 권유하자, 한동안 이어지던 소란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A경사는 “명절에는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취객 관련 신고가 평소보다 1.5배가량 늘어난다”며 “단순한 말다툼처럼 보여도 자칫 폭력으로 번질 수 있어 항상 긴장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대부분의 시민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휴식을 취하지만, 지구대의 불은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시민들의 평온한 연휴 뒤에는 명절을 반납한 채 자리를 지키는 제복 입은 경찰관들이 있다.

실제 연휴 기간 지구대에 접수되는 112 신고는 평소보다 20~30% 증가한다고 한다. 층간소음, 가족 간 언쟁, 주취 소란 등이 주를 이룬다. “가족끼리 왜 이러시냐”는 경찰관의 중재에 “남보다 못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현장도 부지기수다.

경찰의 역할은 범죄 예방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휴 기간에는 지방자치단체, 소방 등과 비상 연락망을 유지하며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현장 컨트롤 타워’ 역할도 수행한다.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가족에게 인계하고, 문을 닫은 약국 대신 이용 가능한 당번 약국을 안내하는 일도 경찰의 몫이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근무를 택한 B순경은 “가족과 함께 밥을 먹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지만, 누군가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고 없이 연휴가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작은 신고 하나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결국 ‘경찰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명절에도 경찰이 곁에 있다는 믿음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명절을 반납하고 밤새워 일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임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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