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엔 AI 반장·현관까지 찾아오는 포터 로봇…건설 현장도 AI ‘승부수’

허백윤 기자
수정 2026-02-16 11:00
입력 2026-02-16 11:00
공사 현장 AI·드론·로봇 활용해 안전 관리 강화
입주민 편의 위한 음식배달·순찰 로봇도 다양
업계에서 주력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DX)이 건설 현장도 바꾸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위험 요소를 줄이고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시도가 확산하는 것은 물론 시공을 마친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GS건설은 5000페이지가 넘는 주택 공사 시공기준 표준 시방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방서 등을 언제 어디서든 검색할 수 있는 자체 AI 프로그램 ‘자이북(Xi-Book)’을 통해 최신 기준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품질 점검 시 일일이 서류나 파일을 찾아봐야 했던 자료들을 자이북으로 단 몇 초 만에 검색할 수 있고 관련 유튜브 영상 링크까지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시공 기준에 익숙하지 않은 저연차 엔지니어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한다.
건설 현장에 비중이 늘고 있는 다국적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Xi-Voice)’도 자주 활용된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음성을 인식해 120여개 언어로 동시에 텍스트로 표현되는 자이 보이스는 기존 번역 프로그램에서는 정확하게 번역이 잘 안되었던 건설 전문 용어도 정확하게 각 나라별 언어로 번역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호반건설도 실시간 다중 번역이 가능한 AI 번역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현장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 사이의 언어 장벽을 해소하고 안전교육과 품질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전문용어와 표현을 학습·축적해 현장 특화 번역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어 앞으로 번역 범위를 그룹과 전 계열사로 넓혀 법률·계약서 등 특수문서 영역까지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호반건설은 드론 전문업체 코매퍼와 협업으로 AI 영상 분석을 통해 시공 전 과정에서의 주요 결함을 사전에 탐지하고 현장 안전 관리 수준을 높이고도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실시간 안전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장 밀착형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 시스템에 AI 영상 분석 기술을 도입한 ‘H-HIMS’를 구축해 전국 현장의 CCTV 영상을 본사 관제실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국 건설 현장의 CCTV 영상을 최대 128개 화면에서 동시에 모니터하며 현장 안전보건 관리자와 본사 통합관제 조직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사고 예방 역량을 키우는 목적이다. 특히 주요 작업구간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이동식 CCTV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장 밀착형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영상 분석을 통해 개구부, 타워크레인 하부 등 위험 지역에 대한 접근과 세대수직망 등 안전 시설물 훼손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기능도 시범 적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작업자의 쓰러짐을 자동 감지하는 등의 AI 알고리즘 정교화 및 기능 추가를 통해 사고 예방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3D 영상 인식과 자율주행 기능 등을 갖춘 건설자재 운반용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사고 위험이 높은 자재 운반작업이 자동화되고 작업자와 자재 운반 동선이 분리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드론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시공 단계부터 준공까지 모든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드론 플랫폼을 구축해 건설정보모델링(BIM) 기술을 연계한 3차원 현장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며 착공 단계부터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분석해 공정 진척도를 시각화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서울원 아이파크, 시티오씨엘 7단지 등 주요 현장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시공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익산 부송 아이파크 현장에서는 드론이 근로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와 안전고리 사용 상태를 감지하는 등 안전 관리 자동화도 이뤄지고 있다.
분양 현장에서도 AI는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DL이앤씨가 2022년 선보인 실시간 가상 주택 시각화 솔루션 ‘디버추얼(D-Virtual)’은 주택 내장재와 마감재, 가구 옵션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가상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데, 조합할 수 있는 주택 옵션이 100만개가 넘는다.
DL이앤씨는 ‘아크로’와 ‘e편한세상’ 분양 현장에 디버추얼을 도입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6개 평면과 30여개 옵션을 중심으로 제공한 서비스를 최근에는 20여개 평면 60여개 옵션으로 넓히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분양할 예정인 ‘아크로 드 서초’에서는 100개 이상의 평면과 3개의 인테리어 스타일, 60여개 옵션까지 늘린다. 옵션 상품과 같은 마감재들을 ‘물리기반렌더링(PBR)’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화해 더욱 사실적으로 가상공간에 구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편리한 주거 환경을 위한 AI 서비스는 입주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로보틱스 기술을 공동주택에 적용해 입주민의 이동과 편의, 안전, 충전, 주차 등 여러 분야에서 로봇 친화형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입주민의 이동 패턴과 시간 등을 분석해 호출 택시처럼 요청에 따라 이동하는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를 압구정2구역 등 도심 대규모 단지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완전 무인 발렛 시스템도 추진하고 있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도입한 실내외 통합 D2D(Door to Door)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를 통해 단지 입구부터 현관 앞까지 식음료를 무인 배송하고도 있다. 주차장과 세대 창고에서 각 세대까지 골프가방, 장바구니 등의 짐을 운반하는 포터로봇도 실증하고 있다.
계단이나 급경사와 같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단지 내·외부와 지하 주차장 등 주거 공간을 순찰하며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전기자동차 화재 가능성 탐지, 놀이터·중앙광장·커뮤니티 시설을 점검하기도 한다.
삼성물산도 래미안 리더스원 단지를 중심으로 음식배달로봇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배달플랫폼 ‘요기요’와 연계해 반경 1.2㎞ 안의 식음료점 130여개로 범위를 넓혀 입주민들의 선택 폭을 더욱 넓혔다. 그동안 공동현관 자동문 개폐, 엘리베이터 호출 연동 등의 과제가 걸림돌로 여겨졌는데 이를 해결해 ‘도어 투 도어’ 형태의 상용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삼성물산 측은 설명했다.
삼성물산온 홈 AI 컴패니언 로봇, 지하주차장 짐배송 로봇, 음식배달로봇 등 다양한 로봇 기반 서비스를 실증하며 입주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로봇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층간소음 알림 서비스인 ‘D-사일런스’를 개발해 입주민의 고질적 고민인 층간소음 해결에 나섰다. 거실과 팬트리 벽면에 설치한 센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이 서비스를 최초로 적용한 e편한세상 연천 웰스 하임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만큼 이웃 간 분쟁 해결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DL이앤씨는 아크로 한남과 아크로 드 서초 등 주요 단지에 이 서비스를 적용하고 성수와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도시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핵심 수주 단지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호반건설은 AI 기반 언어·이미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하자를 자동 분류하고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공동주택 모바일 하자 관리 플랫폼 ‘채들’을 통해 하자 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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