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치의가 치매 돌봄, 재산은 공공신탁…치매국가책임제 ‘2막’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2-12 15:50
입력 2026-02-12 15:50

이재명 정부 첫 치매관리종합계획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신속 진단
치매관리주치의 2028년 전국 확대
연금공단이 ‘치매머니’ 154조 공공신탁

이미지 확대
치매 노인 관련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치매 노인 관련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국가 치매관리 정책의 무게중심이 ‘사후관리’에서 ‘예방’으로 옮겨간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동네 치매안심센터에서 신속히 진단받고, 지역 의원이 상시 관리하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는 2028년 전국으로 확대된다. 치매환자 재산 관리까지 국민연금공단이 맡으면서 돌봄 범위도 생활 전반으로 넓어진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치매 환자는 올해 97만명에서 2030년 121만명, 2050년 226만명까지 늘 것으로 보인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도 300만명에 육박하며 2050년에는 569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치매 발생 이후 치료·돌봄 중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정책 무게중심을 조기 예방과 상시 관리로 옮겼다.

치매관리, ‘사후→예방’ 전환
동네서 치매검사-조기관리
주치의가 집 근처에서 상시 관리
가장 큰 변화는 조기 진단체계 개편이다. 지금은 치매안심센터 선별검사만으로 경도인지장애를 가려내기 어려워 상당수가 고비용 병원 종합신경심리검사를 받는다. 정부는 센터 전용 진단도구를 개발해 2028년부터 현장에 적용한다. 검사 시간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여 ‘동네 검사-조기 관리’ 체계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치매가 의심될 경우 받는 감별검사 비용 부담도 낮춘다. 현재 본인 부담은 최대 30만원을 넘는데, 정부는 지원 상한(현행 11만원)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경도인지장애 진단 이후 관리도 강화한다. 치매안심센터 인지강화교실을 주 1회에서 주 3회로 늘리고, 자가관리 매뉴얼을 보급해 생활 속 인지훈련을 상시 지원한다. 치매 진행을 늦추는 예방형 서비스가 일상화된다.

이미지 확대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이 ‘송파구 찾아가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송파구 제공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이 ‘송파구 찾아가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송파구 제공


치료 방식도 지역 중심으로 바뀐다.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2028년 전국으로 확대해 더 많은 환자가 시설이나 요양병원이 아닌 거주지에서 치료·관리를 받도록 한다. 동네의원 의사가 치매 증상과 만성질환을 함께 관리하고, 간호사·사회복지사가 방문간호와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병원을 오가는 치료에서 ‘거주지 중심 상시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셈이다.

가족 부담을 줄이는 장치도 마련됐다. 장기요양 인지지원등급자의 주야간보호시설 이용 한도를 확대하고, 치매안심센터 쉼터와 주야간시설의 중복 이용을 허용한다. 기존에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이용 시간이 늘면서 보호자가 돌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휴식이나 경제활동을 병행하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치매 환자 재산, 공공기관이 보호
운전·돌봄까지 생활 전반 관리
재산·권리 보호 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치매환자 보유 자산, 이른바 ‘치매머니’는 2023년 기준 154조원으로 2050년에는 3배 이상 늘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올해 시범 운영하고 2028년 본사업으로 확대한다. 국민연금공단이 환자 재산을 신탁 방식으로 관리해 의료비·생활비 등 필요한 지출에만 사용하도록 돕는 제도다. 사기나 경제적 착취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은성호 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올해는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기초연금수급권자 750명을 우선 지원하고, 2030년까지 1만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매환자의 법적 의사 결정을 대리해줄 공공후견인 지원 인원도 현재 256명에서 2030년 1900명으로 대폭 늘린다.

치매 의심 운전자의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운전능력 진단 시스템도 도입된다. 시뮬레이터와 실차 평가로 사고 위험을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야간 운전을 제한하거나 특정 구역 내 운전만 허용하는 식의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개편도 검토한다.

치매관리 인프라 ‘양적확대→질적 전환’
이미지 확대
서울 중랑구 어르신들이 치매안심마을 내 경로당에서 ‘두뇌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중랑구 제공
서울 중랑구 어르신들이 치매안심마을 내 경로당에서 ‘두뇌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중랑구 제공


치매안심센터 기능은 지역 여건에 맞게 차등화하고,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한 번에 연결하는 통합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도입이 국가 책임을 선언한 단계였다면, 이번 계획은 그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해법에 가깝다. 인프라 확충 중심의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예방과 지역 관리, 권리 보호까지 아우르는 질적 전환을 시도했다는 평가다. 다만 상당수 사업이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어 예산과 인력 확보가 실제 체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국가 치매관리 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나?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