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불 9명 사상’ 공무원 3명 송치… 경남도 “처벌보다 제도 개선”

이창언 기자
수정 2026-02-11 16:10
입력 2026-02-11 11:46
경찰, 위험성 예견했음에도 안전조치 미흡
“위험지역 배치 금지 등 운영매뉴얼 안 지켜”
경남도·도청노조, 산불 대응 위축 우려
“개인에게 책임 묻기보다는 제도 개선해야”
지난해 3월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과정에서 공무원과 진화대원 9명이 사상한 사고와 관련해 당시 현장 안전관리를 책임졌던 경남도청 공무원 3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남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경남도청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 지상진화반’ 소속 감독(4급)과 반장(5급), 실무자(6급) 등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또 다른 실무자 1명도 입건해 조사했으나, 사고 직전 업무 지원 형태로 근무한 것으로 파악돼 불송치했다.
송치된 피의자들은 지난해 3월 산청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안전교육이나 장비 점검, 통신 체계 정비 등 없이 창녕군 소속 공무원 1명과 산불진화대원 8명을 투입해 사망 4명·부상 5명 등 사상 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는다. 3월 22일 오전 현장에 투입된 피해자들은 임무 구역으로 가던 중 산 중턱에서 불길에 고립돼 사고를 당했다. 당시 초속 10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현장 산세가 험해 피해가 컸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사고 이전 강풍 예상 기상정보에 따라 산불 확산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피해자들 안전조치를 확보하지 않은 채 투입을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경남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 운영매뉴얼’에 따라 진화대원 위험지역 배치 금지, 원활한 통신망 구축·운영, 안전교육 시행·안전장구 구비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나 지키지 않아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경찰은 “구체적 위험 정보 없이 임무 구역으로 진입하던 피해자들은 현장에서 대피해 생명·신체 위험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비화한 산불에 고립돼 사고를 당했다”며 “재난·재해 진화(구조) 작업 때 신속한 작업 진행에만 몰두해 안전 검토를 간과한다면 투입될 인력들의 생명·신체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경남도와 산림청에 제도 개선사항을 제언했다.
경찰은 “산불 진화작업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임에도 진화대원 운영 방식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산불 전담 부서 지정·지휘체계 간소화, 재난 대응 통신망 고도화, 진화 대원 안전 장비 규정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이번 수사 결과를 두고 산불업무 기피와 대응 위축을 우려했다.
도는 “초동대응과 산불 진화를 완료하려면 지상진화 인력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진화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담당 공무원이 형사적 처벌을 받는다면 인력투입을 자제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자연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정책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며 “개인 처벌보다는 제도개선·재난 대응 의지 고취가 필요하고 산불 진화업무는 형사적 처벌·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도 입장문을 내고 “재난 대응 공무원들은 국민을 지키려는 사명감으로 밤낮없이 헌신했으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책임지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런 식의 책임 지우기는 향후 공직사회의 재난업무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잘못이 없는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이런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이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말 유족 고소장을 접수, 경남도지사와 창녕군수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역시 두 사람을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여부를 살피고 있다.
창원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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