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강화…주총 의결권 더 공개한다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2-10 17:53
입력 2026-02-10 17:53
의결권 행사 사전공개 4배 확대
공개 대상에 지분 5% 이상 기업 포함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어떤 안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를 미리 알리는 범위를 대폭 넓히고 기업 평가 기준도 ‘배당’ 중심에서 ‘총주주환원’ 중심으로 바꾼다.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최대 기관투자가로서 기업 경영 감시와 주주권 행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의결권 행사 방향 사전 공개 확대와 ‘기업과의 대화’ 대상 요건 개선 등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 강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의결권 행사 투명성 확대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지분율 10% 이상 또는 보유 비중 1% 이상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해 왔다. 그러나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부터는 지분율 5% 이상 기업까지 공개 대상을 넓힌다.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가 중요 안건으로 판단한 주총 역시 전체 안건을 공개한다.
이 조치로 공개 범위는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은 3122건이었지만 사전에 공개된 건수는 292건(9.8%)에 그쳤다. 제도 개편 이후에는 1280건(43.1%) 수준으로 4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기업 대부분의 의결권 방향을 주총 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찬반 여부만 밝히지 않는다.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반대 근거와 세부 사유도 함께 공개한다. 기업과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경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기업 관리 방식도 바뀐다. 국민연금은 ‘기업과의 대화’ 제도를 통해 배당이나 지배구조, 경영 투명성 등 기업가치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 비공개로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동안은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 배당 비율인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배당이 낮은 기업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현금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늘면서 기존 기준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합산한 ‘총주주환원율’을 새 기준으로 적용한다.
총주주환원율은 ‘(현금배당 + 자기주식 소각) ÷ 당기순이익’으로 계산된다. 배당 대신 자사주 소각을 선택한 기업도 주주환원 노력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활동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국민연금의 책임 있는 주주 역할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와 기금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기금 수익 제고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자산 가치를 보호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수탁자 책임활동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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