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연습생에 무슨 일이…“무릎에 앉으라 했다” BBC 보도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2-08 06:00
입력 2026-02-08 06:00
영국 공영방송 BBC가 K팝 아이돌을 꿈꾸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연습생들의 피해 사례를 조명했다. 일부 연습생은 고액의 비용을 내고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약속과 다른 교육 환경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BBC는 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일본 국적의 10대 소녀 미유(가명)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유는 2024년 K팝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에 입국해 한 K팝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6개월 과정에 등록했다. 그는 전문적인 춤·보컬 훈련과 주요 기획사 오디션 기회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약 300만엔(약 2700만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주 오디션이 있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며 “프로그램 비용에 비해 훈련 수준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훈련 과정에서 한 상급 직원의 행동으로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고도 털어놨다.
미유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편의점으로 데려간 뒤 허리에 손을 얹고 ‘몸매가 좋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진 촬영 의상 논의를 이유로 사무실로 불러 “무릎에 앉으라고 했다”며 “그날 이후 남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무섭다”고 전했다.
미유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사기당한 기분이었다”며 “이곳은 내가 꿈을 좇던 장소이자 동시에 트라우마를 되살리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또 다른 외국인 연습생 엘린(가명) 역시 같은 직원으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엘린은 “한국어로 ‘엉덩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준다며 허리를 만졌다”며 “너무 무서워 친구에게 문자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엘린은 이 직원이 전등 수리를 이유로 새벽 시간대 기숙사 방에 들어오거나, 자신이 자는 동안 말없이 방 안에 서 있던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후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엘린과 미유는 기숙사 전체에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녹화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엘린은 해당 직원을 성추행 및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은 종결됐다. 그는 회사 역시 별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직원과 회사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회사의 법적 대리인은 BBC에 “내부 규정상 여성 직원 동반 없이 여성 연습생 기숙사에 출입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CCTV 설치 역시 사전에 공지됐으며, 연습생 보호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BBC는 이러한 사례의 배경으로 규제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K팝 훈련 업체는 교육부 관할 학원 또는 연예 기획사로 분류되는데, 문제의 업체는 연예 기획사로 등록돼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훈련 프로그램은 사실상 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BBC에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현행 제도로는 연예 기획사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언어·춤 교육을 하는 것을 제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엘린은 꿈을 포기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는 “K팝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며 “적어도 이 꿈을 좇는 아이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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