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말아달라, 당신이 죽으면 사기꾼 남는다”...오열한 인천 전세 사기 피해자

김중래 기자
수정 2023-04-18 16:14
입력 2023-04-18 16:14
인천 전세사기 대책위 “피해자 모두 젊은 친구들”
“죽지말아달라” 호소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등 촉구
안상미 피해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안 위원장은 “당신 같은 사람이 죽어버리면 여기 사기꾼만 남는다. 죽지 말아달라”며 “남은 피해자들이 더 걱정된다. 제대로 바꾸지 않는 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참여연대와 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민변민생경제위원회, 빈곤사회연대 등 65개 단체는 ‘전세사기, 깡동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를 출범했다. 출범식에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잇따른 죽음에 명복을 빕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다’ 등이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또 최근 전세사기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3명의 영정사진도 보였다.
전날 오전 2시 12분쯤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A(31·여)씨가 발견됐다. A씨는 소위 ‘건축왕’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A씨는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4일과 2월 28일에도 피해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안 위원장은 “3명 모두 다 젊은 친구들이다. 다 대책위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생업 때문에 바빠서 못 와서 미안하다고 하던 착한 친구들이다.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그 심정이 어땠겠는가”라며 “우리가 1년여 동안 외치면서 저희 말 좀 들어달라고 했는데 왜 전세사기를 막을 입법은 하지 못하냐”라며 지적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이 사는 주택을 대상으로 한 경매를 즉시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건축왕’과 공범들은 근저당권이 있어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주택 계약에 주저하는 피해자들에게 “경매에 넘어갈 경우 피해를 변제해주겠다”는 식으로 속여 전세금을 가로챘다. 그러나 건축왕이 선순위 채무를 갚지 못하며 하나둘 금융기관에 넘어가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거주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는 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책위는 이른바 ‘꾼’이 경매에 들어와 물건을 쓸어가 피해자들이 낙찰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반인이나 은행 등이 피해자 거주 주택 경매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피해자가 살 수 없는 가격에 부동산을 사가고, 결국 피해자는 전세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경매 중단과 함께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 ▲전세가격(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세입자들의 죽음은 사회적 재난이고 ‘사회적 타살’”이라며 “정부가 몇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모두 긴급 주거지원, 추가 대출 등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닌 유예하는 것에 불과했다. 특별법 제정과 금융기관 관리·감독 강화 등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 인천 주암역에서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들의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김중래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