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Cotton-강강훈 · 첫눈-허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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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2-12-23 01:04
입력 2022-12-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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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tton-강강훈
Cottton-강강훈 200×200㎝, 캔버스에 유화, 2022
사실적 표현과 정밀한 묘사, 다채로운 색채가 돋보이는 극사실 회화. 2023년 1월 2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조현갤러리.

첫눈-허은실

곡기를 끊고

누운 사람처럼

대지는 속을 비워 가고

바람이

그 꺼칠한 얼굴을

쓸어 본다

돌아누운 등 뒤에

오래 앉았는 이가 있었다

아-해봐요 응?

마른 입술에

떠넣어 주던

흰죽

세상에는 이런 것이 아직 있다

첫눈은 허공에 발자국도 내지 않고 옵니다.

구겨진 약봉지처럼 꺼칠한 얼굴로 옵니다.

오래 아파서 돌아누운 이 곁에서

미음이라도 한술 뜨게 하려는 마음으로 옵니다.

오는 듯 마는 듯 하다가

쌓이지는 않고 눈썹을 스치며 옵니다.

흰죽의 순정한 표정으로 식어 가며 옵니다.

마른 입술을 적시는 물기로 스며듭니다.

첫눈이 옵니다.

조금 울고 마는 사람처럼 왔다가 그칩니다.

신미나 시인
2022-12-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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