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리안, 마가렛/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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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02-05 01:39
입력 2021-02-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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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 마가렛/강신애

문드러져서 문딩이라지요
진물 흐르는 얼굴, 등허리
맨손으로 문질러 약을 발라주는 부드러운 손

환자들은 미안해 울고
없는 죄가 씻긴 듯 울고
한 달에 한 번 수탄장에서 울었지요

코발트블루 바다 바라보다
근원에 닿던 사람들
새벽, 밀려가던 파도의 서늘함이 밴
편지에는
늙어 짐 될까 떠난다는 말씀만 방울방울 맺혀 있었죠

낯선 모국에서
백사청송 그리움의 기슭에
암을 들인 마리안

요양원 찾아
소록도를 꺼내면

치매의 마가렛
방긋 웃지요



마리안 수녀님과 마가렛 수녀님을 생각하면 인간인 내 마음 안에 백합꽃이 핍니다. 두 분은 20대에 소록도에 들어와 70대까지 사십여 년 세월을 한센병 환우들을 위해 바쳤지요. 장갑이나 마스크 없이 환우들의 고름을 직접 짜고 맨손으로 환부에 약을 도포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평생 TV 수신도 하지 않았지요. 소록도 식당에서 두 분이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다. 두 개의 아우라가 주위에서 펼쳐지더군요. 인간인 내가 인간을 보며 마음 안에 백합꽃이 핀 적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두 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상도 두 분의 숭고한 인간적 행위를 대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분은 그냥 인간입니다.

곽재구 시인
2021-02-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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