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딜레마’에 빠진 靑… “동북아 중재자 역할에 미군 필요”

이현정 기자
수정 2018-05-03 03:05
입력 2018-05-02 23:00
文대통령, 文특보에 ‘옐로카드’
‘주한미군 철수 불가피성’을 강조한 문 특보의 발언이 청와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정부는 국외적으로 매우 곤란하다. 굳건한 한·미 동맹이 한반도 평화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이견이 표출된 것으로 보여선 안 된다. 진보 진영 쪽에서는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안보에 민감한 보수 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특보의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 대해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평화협정이라는 것은 남·북·미와 중국까지 포함하는 한반도 전체의 평화 정착을 위한 협정으로, 주한미군 문제도 이런 관련성 속에서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속에 중재자로 역할하는 데에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새 정부 들어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마찰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을 때였다. 같은 달 세미나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할 경우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 또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 무기 역시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청와대는 “해당 발언이 앞으로 있을 여러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문 특보에 대한 첫 번째 경고였다.
문 특보는 지난해 9월 “(북한을)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방위 회의에서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문 특보를 비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엄중 주의를 받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문 특보는 지난 2월 강연에서 “대통령이 주한미군더러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말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한편으론 문 특보의 이런 돌출 발언이 청와대가 의도한 연출이란 의구심도 계속되고 있다. 문 특보가 청와대를 대신해 외곽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다양한 여론을 형성하도록 사실상 내버려 두고 있다는 추측이다. 이날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특보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며 학자적 견해를 존중하겠다고 해 해당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8-05-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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