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서 ‘개화’로…한중, 문 대통령 ‘국빈’ 방중에 의견일치
강경민 기자
수정 2017-11-23 15:24
입력 2017-11-23 11:34
방중 격 최대한 높여 양국 관계 정상화 굳히기 의도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다. 방중의 격을 최대한 높여 얼어붙었던 관계의 ‘해빙’을 넘어서 ‘꽃을 활짝 피우는’ 단계로 나가자는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국빈 방문은 정상 임기 중 한 나라에 한 번만 하는 게 외교 관례이고, 방문국에서 상대국 정상을 국빈으로 초청하면 이에 응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즉, 한중 양국은 지금이 한중관계를 가속할 수 있는 적기로 보고, 한 번만 가능한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추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빈 방문은 최고의 예우와 격식을 동반하지만, 그에 비례해 방문하는 쪽과 맞이하는 쪽 모두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무려 25년 만이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한중 양국은 서로에게 어색하고 불편했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다소의 번거로움은 감수할 만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10·31 합의에서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을 봉인하기로 합의한 양국은 그간 관계 정상화에 이르기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넉 달 만에 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열어 관계 복원을 정상차원에서 공식화했다. 당시 회담은 모두발언에서부터 한중 관계개선에 대한 양국 정상의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시 주석은 “오늘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과 리더십 발휘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우리 속담과 매경한고(梅經寒苦·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한중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중 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게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회담에서 12월 중 문 대통령의 방중이라는 성과를 일궈낸 양국은 이튿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간 회동을 통해 양국 관계가 급속한 해빙모드에 접어들었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큰 틀에서 정치·외교적 차원의 관계 정상화에 방점을 뒀다면, 리 총리와의 회담은 양국 관계 정상화가 경제와 문화, 과학 등 실질협력 분야로 구체화하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문제로 중국 내에서 활동 중인 국내 기업들이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거론하면서 이를 적극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내 우리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제외 조치를 철회하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양 정상은 내달 정상회담에서 끊기다시피 했던 양국의 교류를 재생하고 실익을 주고받는 데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이후 관광·음악·영화·자동차·유통 등 우리 기업에 전방위적으로 가해진 보복을 해소하는 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더욱 강화된 경제·문화적 협력과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싱가포르 방송 채널뉴스아시아와 인터뷰에서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 관계를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양국의 ‘주파수 맞추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베트남에서의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에는 공통의 북핵 해결 로드맵을 그려내기 위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핵 동결을 입구로, 핵 폐기를 출구로 삼는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 구상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시 주석의 ‘쌍중단’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다음 달 베이징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간 베이징 정상회담은 내년 2월 서울 정상회담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춘 방한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노력하되 못 오더라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의 내년 2월 방한이 성사되면 양국 관계는 정상화를 넘어 번성기로 접어들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 안팎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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