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배은망덕의 세 가지 원인/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수정 2017-04-19 00:11
입력 2017-04-18 22:28
세네카는 배은망덕을 하게 되는 원인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지나친 자만심 때문이다. 이런 이들은 자신이 입은 은혜를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외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며 불평하고 배은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후한 사람들이 자주 겪는 오류다.
두 번째는 탐욕이 배은망덕으로 이끈다.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뻗어나가려 하므로 은혜로 얻은 어떠한 재물과 권력, 명예도 잠시 감사할 뿐 더 많은 것을 욕구하면서 배은에 빠진다. 호민관이 된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르고 치안관의 자리에 더 빨리 오르지 못한 것을 불평하고, 정작 치안관이 되면 집정관이 되지 못한 것을 불평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나친 탐욕은 대중의 기대와 은혜를 가벼이 여기고 자신만의 성공을 추구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이끄는 가장 난폭하고 심각한 악덕은 질투다. 자신이 받은 은혜보다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이 주어졌다며 시샘하면서 배은망덕의 길로 빠진다. 다른 이들의 상황과 매력을 세심하게 살피고 관대하게 평가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앞세우기에 생기는 일이다. 자신이 받은 은혜가 다른 이들에 비추어 보잘것없다는 질투는 은혜 베푼 이를 원망하게 만든다. “질투의 시선이 갈기갈기 찢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은혜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숱한 배은망덕의 사례들은 어느 경우에 속할까. 어떤 은혜든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불평할 소지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각자의 상황과 운명에 맞게 누군가의 배려와 은혜를 감사하게 여기는 품성을 갖출 때만 배은망덕의 악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사만물에 깊이 감사하자.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2017-04-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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