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7] ‘지리산 시인’ 양대박과 실상사
수정 2015-08-20 11:10
입력 2015-08-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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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의 생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람이다. ‘금강산 기행록’과 30편의 한시를 남긴데 이어 모두 네 차례 지리산을 유람한다. 특히 선조 19년(1586) 가을에는 운봉과 황산, 인월, 백장사를 거쳐 실상사와 군자사, 용유담을 지나 천왕봉에 오르는 11일동안의 본격적인 지리산행에 나선다. 친구인 춘간 오적과 삼촌인 양길보에 소리꾼 애춘과 아쟁을 타고 피리를 부는 수개와 생이도 동행했다. 이 때 남긴 것이 ‘두류산 기행록’과 13편의 한시다. ‘폐허가 된 실상사 옛터’(實相寺廢基)도 이 가운데 하나다. 실상사는 양대박의 지리산 유람에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흥하고 망함은 한결같이 참 사유의 지침이요
밝고 어두움은 천 겁 세월의 먼지이네
용천(龍天)들도 또한 사라져 없어지고
금지(金地)는 이미 잡목 숲이 되었네
돌이끼 무성한 비석에는 글자 하나 남아있지 않고
산은 텅 비었는데 불상만 덩그라니 앉아 있네
흐르는 시내 다정도 할사
울며불며 가는 길손 전송하네.
양대박을 두고 왜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가하는지는 이 시를 읽으며 실상사에 가보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다. 길손을 전송하던 실상사 동구의 시내는 청계의 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불타버린 절집에 외롭게 앉아있던 철불은 이제 실상사를 상징하는 존재나 다름없다.
글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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