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년 전 나타난 ‘사스 사촌’ 어떻게 탄생?

이현정 기자
수정 2015-06-05 18:45
입력 2015-06-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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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탄생기
2012년 6월 발열, 기침,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60대 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은 이 남성의 질환이 기존의 독감이나 사스(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기존에 신장질환이 없었는데도 신부전이 왔고, 입원 열흘 만에 사망했다. 이집트 출신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는 병의 원인을 끝까지 추적해 메르스의 병원체인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추출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를 ‘HCoV-EMC’라고 불렀다. ‘H’는 휴먼, ‘CoV’는 코로나 바이러스, ‘EMC’는 바이러스 연구에 도움을 준 에라스무스 병원(Erasmus Medical Center)의 영문명 약자다. 나중에서야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정식 이름이 생겼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스는 염기서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사촌뻘’이다. 이보다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게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다고 학자들이 추정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인간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옮긴 것은 중간 숙주인 낙타로 알려졌다. 각각 사는 곳이 다른 낙타와 박쥐는 원래 만날 일이 없는 동물이지만, 환경 파괴로 살 곳이 좁아진 두 동물이 어쩌다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고 이 과정에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후 낙타 안에서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낙타를 기르는 사람에게도 전파됐다는 게 정설이 되고 있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천연두도 보유 숙주로 추정되는 낙타를 가축화한 이후 전파됐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학자 네이선 울프는 동물에게만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게도 확산하는 병원균으로 발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5단계 분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동물에게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1단계, 동물로부터만 감염되는 광견병 등은 2단계, 동물에서 전이돼 인간 사이에서도 제한적으로 질환을 일으키는 에볼라 등은 3단계, 꽤 오래전부터 사람 간 감염이 이뤄지고 있는 뎅기열 등은 4단계, 동물에서 왔지만 이제는 인간 사이에서만 옮겨다니는 에이즈 등은 5단계다. 한국에 상륙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3단계쯤에 있다. 예컨대 메르스 바이러스는 인간을 감염시키고 인간 사이에서 확산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에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다. 다른 생물처럼 DNA가 아닌 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는 변이율이 특히 높은데, 메르스 바이러스가 바로 RNA 바이러스다. 유전정보로 RNA를 사용하는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담은 염기쌍(유전정보 조각들)이 평균 약 1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생물학적으로 믿기 힘들 정도로 적은 숫자다. 적은 유전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는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진화한다. 목표는 생존이다. 바이러스는 혼자서 살 수가 없어 숙주가 필요하다. 인간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일이지만 바이러스 관점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결과에 불과하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역사는 기껏해야 3년이고 이 바이러스의 모든 특징을 알기에는 짧은 시간인데 우리 보건당국은 지나치게 메르스 바이러스 ‘매뉴얼’에 집착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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