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한·일 정상회담

이제훈 기자
수정 2015-04-08 03:47
입력 2015-04-07 23:48
명분 사라져… 정부관계자 “기본 가치 공유 않는데 만날 이유 있나”
정부는 당장 이날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본이 아무리 억지 주장을 되풀이해도 독도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 침탈의 첫 번째 희생물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지울 수도 없고 수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은 과거의 잔혹 행위를 전달하고 기억해야 할 영원한 책무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가슴에 되새기면서 전후 독일이 왜 국제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틀 연속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로 인해 정부 내에선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열린 한·중·일 외무장관회의에서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모멘텀이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길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일본은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 후퇴를 거듭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 외교청서에 지난해 한국에 대해 표현했던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의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표현이 삭제된 것도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와 기본적 가치도 공유하지 않는 나라 정상과 굳이 정상회담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의 연이은 도발에 대화를 강조하는 대화파의 입지가 자꾸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명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교도통신이 외교와 국방 분야 국장급 인사가 참여하는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오는 14일 서울에서 열린다고 보도했지만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정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과 관련해 협의를 갖고 국회 차원의 일본 역사 왜곡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한·일 관계 관련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교과서 보완 방안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5-04-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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