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무너지거나 말거나…자재 빼돌려 공사비 뻥튀기
수정 2014-10-09 10:13
입력 2014-10-09 00:00
검찰, 고속도로 터널 ‘록볼트(암석지지대)’ 부실시공 관련 16명 기소자재 70% 빼먹은 곳도 있어…187억 더 타내 적자 보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문홍성 부장검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록볼트(암석지지대) 등을 설계보다 적게 쓰고도 15억여원의 중간 공사대금을 더 타낸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S토건 이모(56)씨 등 현장소장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또 S토건의 시공사인 K건설산업 현장소장 신모(55)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발주처 점검 등에 대비해 거래명세표, 주요자재검사수불부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대기업 D건설 현장소장 정모(49)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록볼트는 터널 공사 때 암반에 삽입하는 보강 자재다. 터널 암반의 붕괴를 막는 기능을 한다. 지름 2∼3cm의 철근 모양이며 길이는 5∼10m로 다양하다. 길이에 따라 가격은 개당 1만7천∼3만원 정도한다.
검찰이 한국도로공사와 2010년 이후 착공한 고속도로 76개 공구 121개 터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공구 17개 터널에서 설계보다 록볼트가 적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가운데 공사비를 부풀린 규모가 크고 록볼트 미시공 비율이 높은 영동-옥천 1공구, 주문진-속초 5공구, 담양-성산 6공구, 홍천-양양 11공구, 동홍천-양양 6공구·14공구·16공구, 상주-영덕 5공구 등 8곳의 공사 관계자를 수사했다.
구속 기소된 S토건 이모 현장소장은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시공사 현장소장 신씨와 짜고 전체 록볼트 설계 수량 6만3천여개 중 절반에 가까운 2만8천여개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설계대로 한 것처럼 공사비를 타냈다.
주문진-속초 5공구에서는 록볼트 설계 수량이 1만8천350개였지만 실제로는 5천930개(32.3%)만 사용됐다. 10개 중 7개를 설치하지 않은 셈이다.
이곳의 공사를 맡은 G토건 현장소장 양모(47)씨는 8억여원의 공사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시공사인 S기업 공무팀장 송모(50)씨 등 2명은 서류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사비를 부풀린 공구의 록볼트 미시공 비율은 평균 27%였고, 공사비 과다 청구액만 총 187억원에 이르렀다.
검찰은 “다른 자재가 많이 투입돼 비용이 증가했거나 인근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느라 손해를 보게 되자 적자를 보전하려고 록볼트 등 자재값을 부풀려 공사비를 더 타냈다”고 말했다.
시공 과정에서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주요자재 반입 수량, 품질 등을 아예 검수하지 않거나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으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도로공사에 터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는 한편 과다 청구된 공사비를 전액 환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2월 터널 공사 록볼트 빼돌리기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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