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소녀 살해범으로 몰린 7명의 억울한 6년
수정 2013-10-10 17:15
입력 2013-10-10 00:00
노숙여성 폭행사건이 엉뚱하게 살인사건 둔갑검찰·경찰, 자백 강요 등 ‘끼워 맞추기’ 수사
이로써 강씨를 포함해 앞서 피의자로 지목됐다가 혐의를 벗은 가출 청소년과 공범 등 7명 모두 재심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누명을 벗었다.
강씨 등이 지난 6년 동안 살인자로 억울한 삶을 살게 된 사연은 사건 발생 이틀전 일어난 노숙여성 폭행사건에서 시작한다.
10일 이들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 등에 따르면 2007년 5월 12일 새벽 강씨는 동료 노숙자 정모(32)씨와 최모(당시 18)군을 비롯한 가출 청소년 5명과 함께 또 다른 노숙자 김모(25·여)씨를 수원역 앞에서 폭행했다.
강씨 등은 가출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인 곽모(당시 13)양이 잃어버린 2만원을 김씨가 훔쳤다고 의심하고 추궁하다가 주먹을 휘둘렀다.
이들은 평소 돈이 없던 김씨가 곽양이 돈을 잃어버린 날 마침 최군 등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해 김씨를 의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같은해 5월 14일 새벽 가출한 뒤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김모(15)양이 수원시 한 고교 화단에서 심하게 폭행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른바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신원 파악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자 숨진 김양의 옷차림 등에 비춰 노숙자로 판단하고 노숙자들이 모이는 수원역에서 탐문 수사에 들어갔다.
”강씨와 정씨가 며칠 전 노숙여성을 심하게 폭행했다”는 한 노숙자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강씨 등을 붙잡아 조사했고 둘은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이후 강씨는 “수사를 받다가 무서워서 자백했다”고 했고 정씨는 “고도근시인데 김씨 옷과 숨진 김양의 옷 색깔이 노란색으로 같다는 기억이 나 내가 때린 사람이 죽은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검찰과 경찰은 자백을 주된 근거로 이들을 기소했고 강씨는 벌금 200만원, 정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정씨는 옥살이를 하다 지난해 8월 만기출소했다.
검찰이 2008년 1월 수감 중인 한 소년수로부터 제보를 받아 수사를 벌인 끝에 강씨 등은 단순가담에 불과하고 최군 등 가출 청소년 5명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밝힌 것도 소년수가 폭행사건과 살인사건을 착각하고 제보한 탓이라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증거가 부족한데도 자백을 강요하고 밀어붙인 검찰과 경찰 잘못이 크다”며 “정씨와 강씨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수사기관이 자백을 강요하는 등 잘못된 수사로 최군을 비롯한 가출 청소년 5명이 극심한 정신적 피해 등을 입었다며 5억여원을 배상하라는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또 강씨와 정씨를 비롯해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건을 맡은 재판부마다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과 증거 부족을 지적해 검찰과 경찰은 잘못된 진술만을 믿고 끼워 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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