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돈이 무서워/이민영 경제부 기자
수정 2013-02-16 00:00
입력 2013-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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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000만원을 모았을 때 뿌듯했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금방 2000만원, 3000만원으로 불어나 자동차도 사고 아파트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남들은 다 갖고 있다는 명품 백을 사볼까’라는 환상도 잠시, 어쩐 일인지 돈 모이는 속도가 더뎠다. 카드값은 월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70만원, 100만원으로 금세 늘어났다. ‘이렇게 돈 모아서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잠깐뿐이었다.
1000만원을 손에 쥐고 기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1억원이 우습다. 1억원으로는 서울 어지간한 곳 전세도 얻지 못한다. 브라질 채권 수익률이 좋다며 추천하는 고액자산상담가(PB)에게 “어떻게 가입하면 되냐,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억 단위로만 투자할 수 있단다. 또 다른 PB에게 “서민에게 1000만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굴리면 좋겠느냐”고 묻자 “1000만원은 투자금액이 적어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면서 “1억원도 종잣돈에 불과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금융권에서는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정석이다.
경제부에서 매일 돈에 대해 쓰면서 돈이 무섭다는 걸 알게 됐다. ‘경제부 기자면 재테크를 잘할 것 같다’는 건 말 그대로 가정이다. 재테크라고는 고작 적금 하나뿐인 ‘금융맹(盲)’에 가깝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문맹보다 금융맹이 더 무섭다’는 책도 있던데, 돈 무서운지 몰랐다.
월급쟁이로 한푼 두푼 모아서 부자 되긴 어렵다. 그래도 돈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서민들은 끊임없이 적금·펀드에 가입하고, 주식에도 투자한다. 이젠 다른 사람들처럼 은행 창구에서 재무 상담도 받아보고, 다음 달에 나온다는 재형저축도 가입하려고 한다. 그것이 돈을 경외하는 방법일 테니까.
min@seoul.co.kr
2013-02-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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