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시스템의 이면 들춰본다
수정 2013-02-16 00:00
입력 2013-02-16 00:00
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데이비드 뉴먼 지음 RHK 펴냄
미국 뉴욕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에 몸담은 저자는 머리말에서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헐뜯고자 쓴 내부 고발이 아님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 실제로 책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보건의료 체계의 현실을 세세하게 들춰낸다.
책은 저자의 어머니 사례로 시작한다. 복통을 호소하는 어머니를 믿을 만한 동료 의사에게 맡겼다. 혈액검사와 심전도검사, 흉부와 복부 엑스선 촬영에, 간·복부 혈관 초음파검사까지 하면서 소장, 대장, 맹장, 대동맥 등 온갖 검사를 다 끝내는 사이 복통이 가라앉았다.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 결국 진단은 ‘감별 불능 복통’으로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진단 불가’다.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40% 정도는 ‘감별 불능 복통’이지만, 의사들은 대부분 소화 궤양, 난포낭종, 대장염 등 구체적인 병명으로 임시 진단을 내린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사인(死因)이 ‘심장마비’도 이상하다. 심장마비가 왜 발생했는지 밝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 발전에도 현대 의학으로 진단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증상과 질병의 목록은 상당”한데 “의사들은 마치 모든 해답을 아는 듯 행동해야 하고 환자들은 의사가 다 알고 있을 거라 지레짐작”한다. 환자의 기대와 무한한 믿음, 의료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수익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의사의 처지, 그 중간쯤에서 과도한 검사와 진단, 무의미한 치료가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인후염에 항생제를 처방한다든가, 무릎·허리 관련 수술을 하는 식이다.
모든 사례가 미국의 경우이지만 ‘감기는 병원에 가면 2주 만에 낫고 안 가면 보름 만에 떨어진다’는 우리식 농담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먼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잠재적 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고 잘못된 진료를 피해 가는 데 참고할 만하다. 1만 3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2-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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