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강행] 비핵화 전제로 한 대북정책 물 건너가… “물밑대화로 돌파구를”
수정 2013-02-13 00:32
입력 2013-02-13 00:00
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타격
북한이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이날 박 당선인에게 북핵 상황을 보고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당선인도 긴급현안을 보고받고 핵실험에 대한 엄중 대응 입장을 밝혔다.
향후 5년간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당분간 남북관계는 표류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착수 시점도 찾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가 물 건너 가는 양상이어서 현실적으로 ‘안보’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앞서 박 당선인은 지난 4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화정책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분도 계신 것 같다”면서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하겠지만 인도적 지원과 대화는 열어 놓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이 북한에 먼저 손을 내밀기도 어렵고, 북한이 손을 내밀어도 선뜻 진정성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자칫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의 ‘재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의 극단적 남북 대치 국면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을 불러 왔다.
연장선으로 역대 당선인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 박 당선인은 새 정부의 기틀이 잡히기 전부터 고도의 정치력과 외교전술을 통해 난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북한의 핵을 억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던 대북정책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상황에 맞게 ‘새판 짜기’를 해야 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남한을 위협하면 언제든 유화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당장의 대결국면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박 당선인이 먼저 한반도 위기 상황의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북·미 관계는 최악을 맞았고, 유일하게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중국은 유엔결의 2087호를 지지하면서 그 영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6자회담 참여국 중 그나마 움직일 공간이 남은 곳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한국뿐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각을 세우면서도 박 당선인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 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상황은 자칫 전면적 대결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는 갈림길에 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이 물밑 대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2-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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