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40년 전에 꿈꾼 미래, 현실이 되다
수정 2012-07-18 00:00
입력 2012-07-18 00:00
편집자 주
1971년 과학기술처(현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내놓은 ‘서기 2000년의 한국에 관한 조사 연구’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오늘을 기준으로 그린 미래한국의 청사진이자 한국 최초의 미래보고서였다. 2000년 한국의 인구, 경제, 생활환경과 과학기술의 발전상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된 당시 연구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보고서에는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당시 연구는 서울과 지방, 국립과 사립 대학생, 대학원생, 육군사관학교 생도 등 555명, 전국 신문사·통신사 편집국 부국장급 이상 간부 및 논설위원 170명, 초·중·고 교장과 교감을 포함해 모두 953명을 대상으로 7개월여에 걸쳐 설문조사했다. 대학 및 대학원생들은 30년 뒤 한국사회를 이끌 세대라는 점이 고려됐다.
연구 결과, 1970년 3140만명이던 인구가 2000년 47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실제인 4614만명에 근접했다. 연구는 한국의 인구밀도가 46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밀도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2000년 당시의 인구밀도는 464명/㎢으로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로 손꼽혔다. 1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인구는 2000년 990만명, 45%로 예측한 경제활동인구 비율도 실제 48%로 근사했다. 평균수명 80세, 평균 4명의 핵가족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예측도 정확했다. 전국 자동차도로가 완전히 포장되고, 초고속 대중교통수단의 출현으로 서울과 부산을 2시간 이내에 연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실현됐다.
정보가 가장 값비싼 상품이 되고, 치료정보, 법조문 및 판례정보센터 등 활동분야별로 각종 정보센터가 설립돼 정보산업이 본격화한다는 정보혁명의 진전과 관련한 예측도 적중했다. 간장, 된장의 상품화로 장독대가 없어진다거나 전국을 커버하는 자동즉시호출전화(휴대전화)가 보급된다는 전망도 맞았다.
그러나 빗겨간 예측도 있었다. 모든 산업에서 노동수요가 노동공급을 초과해 완전고용이 실현되고, 오히려 노동력 부족 사회가 된다는 예측은 2000년대 이후 3~5%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원자력이 일상화해 원자력발전이 전체 발전의 70%를 차지한다거나 연안 대륙붕에서 석유가 발견될 것이라는 전망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아이를 낳을 때 태아의 성별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다는 등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예측도 있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07-18 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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