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소로 집 못 찾아요”…지자체 홍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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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2-02-02 09:34
입력 2012-02-02 00:00

‘도로명 주소’ 학교 숙제..주소 적힌 자석병따개 배포

새 주소체계인 도로명 주소가 지난해 7월 29일부터 법정 주소로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16개 시ㆍ도에 거주하는 6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1년 도로명 주소 이해수준 및 활용도 제고방안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집 도로명 주소를 정확히 아는 주민은 응답자의 20.6%에 그쳤다.

’도로명 주소로 직접 민원서류를 발급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주민도 전체 응답자의 12.2%에 지나지 않아 지자체가 예산은 예산대로 쓰면서 효과는 못 내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새 주소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배원 “새 주소로 집 못 찾아요”

새 도로명 주소를 바라보는 주민을 비롯한 배송업계의 평가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용자들이 직접 표기한 주소를 통해 각종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체국 관계자들은 도로명 주소가 사용되면서 집 찾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강원도 춘천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모(46)씨는 2일 “도로명 주소는 방송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쉬운 주소 표기법이 아니다”라면서 “오죽하면 시청직원들도 찾아와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다며 묻는다”고 전했다.

조씨는 “예전에는 위치가 중앙로면 중앙로 1가, 2가 등으로 표기했지만, 이제는 중앙로 88번길, 134번길 등으로 표기한다”면서 “같은 골목에 있는 집이라도 (행정구역상) 주소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새 주소만으로는 집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체국을 이용하면서 도로명 주소를 표기하는 주민은 10명 중 3명꼴이다. 그러나 이 표기도 정확하지 않아 보낸 이나 받는 이에게 직접 전화해 물어물어 찾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로 지적된다.

택배업자 홍모(28)씨도 “춘천시 중앙로만 해도 100개가 넘는 도로명 주소가 등록돼 있다”면서 “지번주소와 달리 각 도로에 따라 세분화돼 있는 도로명 주소를 다 외우려니 힘이 든다”고 실상을 전했다.

홍 씨는 “도로명 주소는 중앙로 1번길로 시작하다가 2번을 건너뛰고 뜬금없이 중앙로 3번길이 시작되는 식으로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이 전화를 안 받으면 집을 찾을 수도 없는 이런 주소 체계를 왜 굳이 돈 들여서 도입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전북 전주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김철민(54)씨도 “아직 내비게이션에 새 도로명 주소가 탑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택시들은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손님을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새 주소 알려라”..지자체 홍보 ‘안간힘’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도로명 주소 홍보 예산은 총 21억4천만 원으로 이 중 30% 정도인 6억9천만 원이 자치단체에 교부됐다.

이 예산은 서울시에 4천600만 원, 나머지 15개 시ㆍ도에 4천300만 원씩 지원됐다. 여기에 각 지자체는 시ㆍ도비를 더해 1억4천만~1억5천만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 도로명 주소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시원치 않다.

현재 우체국 이용자 10명 중 3명꼴로 새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아직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경북 구미에 사는 이정숙(53ㆍ여)씨는 “새 주소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는데 여전히 예전 주소를 쓰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 새 주소는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서 “새 주소가 어떻게 되는지도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말했다.

도로명 주소의 시민 인지도가 낮다는 비판이 일자 각 지자체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새 주소 체계 홍보에 나섰다.

부산시 등 대부분의 지자체가 홍보 책자를 만들어 지역 축제나 각종 모임 등에서 배포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새 주소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자체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도로명 새 주소를 홍보하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넣고 있다.

또 각 시ㆍ도교육청과 협의해 초등학교 지역사회 교과서에 새 주소 사용 내용을 등재하기로 협의했다. 금융이나 택배 등 민간사업체에도 도로명 주소 자료와 주소전환 시스템을 제공해 새 주소 사용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행안부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집 도로명 주소를 정확히 안다고 응답한 주민의 비율이 38.2%로 인지도 전국 1위를 기록한 강원도의 경우 케이블 TV와 라디오, 각 시ㆍ군 중심지 전광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설에도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에 공무원들이 직접 나가 주민에게 도로명 주소에 대해 안내를 하는 등 새 주소 알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교육청과 손잡고 관내 초ㆍ중학생들에게 도로명 주소를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기도 했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도로명 주소가 적힌 병따개를 만들어 나눠주는 등 이색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도로명 주소 사업은 국민불편을 해소하고 물류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면서 “새 도로명 주소의 인지도 부족, 활용상의 미비점 등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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