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황금똥 보셨습니까
수정 2012-01-09 00:00
입력 2012-01-09 00:00
공복에 마신 정화수, 아직 남은 잠의 찌꺼기를 씻어내더니 혈관을 타고 심신의 말단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대장의 끝 괄약근에 힘을 미칩니다. 괄약근을 압박하는 그 묵직하고 은근한 힘이야말로 살아 숨쉬는 생명의 징후이지요. 측간에 들어앉아 자리를 잡으면 가래떡 같은 고구마똥이 호기롭게 밀고 나옵니다.
똥 얘기가 황당하다고요. 천만에요. 구린 똥이야말로 자신의 건강일지입니다. 그것만 잘 챙겨봐도 오장육부의 건강 상태를 꿸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장이 안 좋으면 물똥을 쨀쨀 누고, 붉은 피가 섞여나오면 대장이나 항문 쪽에 문제가 있으며, 검은 혈변을 눈다면 위·십이지장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그런 점에서도 황금빛 고구마똥은 위장관의 복음입니다.
황금똥, 심심파적으로 고구마 한두 개 먹는다고 누어지는 게 아닙니다. 아침은 거무튀튀한 보리밥으로, 점심은 삶은 고구마에 익은 김치 척척 얹어 먹고, 저녁은 청국장에 동치미와 밑반찬 두어 가지로 때웁니다. 저녁 먹고 두어 식경이 지나면 출출해 소쿠리에 담긴 삶은 고구마를 몇개 얼렁뚱땅 해치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식간에 주전부리 삼아 날고구마 깎아 먹는 건 덤입니다.
이렇게 하루 먹거리의 절반 정도를 고구마로 채우면 똥이 달라집니다. 싯노랗게 숙성해 우직하게 밀고 나오는 그 쾌변의 기쁨은 도시풍의 얄팍한 식사를 기꺼이 포기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똥을 누고 나면 뱃속이 텅 빈 듯 가뿐해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식욕의 당위가 느껴지고, 그렇게 건강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우리가 살아내야 할 1년은 그 하루의 누적일 뿐입니다. 임진년 새해, 그 삼백 예순 닷새를 잘 먹고 잘 싸는 해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는지요.
jeshim@seoul.co.kr
2012-01-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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