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볼트가 왜 부정출발 했을까
수정 2011-08-29 00:00
입력 2011-08-29 00:00
특히 볼트는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부정 출발 사건이 대구 대회 최대의 미스터리라는 의견이 많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 100m 준결승에서 자신의 부정 출발을 포함해 두 번이나 부정 출발을 겪고도 결승에서 9초58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 당시 200m 결승에서도 다른 선수의 부정 출발로 집중력이 흐트러질 뻔했지만 19초19라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철심장’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했다.
볼트가 부정 출발의 원인에 대해 입을 닫으면서 현재로서는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볼트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에 앞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볼트는 “내가 눈물을 흘릴 줄 알았나. 아무렇지도 않다”며 충격적인 결과에도 여전히 의연한 태도를 견지했다.
◇스타트에 대한 부담일까 = 키가 196㎝로 큰 볼트는 다리가 길어 출발반응 속도가 느린 편이다.
1회전과 준결승에선 큰 부담 없이 출발할 수 있지만 결승에서만큼은 아무리 챔피언 볼트라 해도 스타트 총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볼트는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만큼 스타트 반응시간이 빠르다면 9초4대도 찍을 수 있다”며 파월의 빠른 스타트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 3관왕 타이틀을 방어해 전설로 남겠다”고 선언했던 볼트는 그 첫 단추이자 가장 어려운 종목인 100m에서 기필코 1위를 하겠다는 의욕을 지나치게 앞세우다가 실수를 범했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부상에 대한 부담일까 = 볼트는 지난해 아킬레스와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다.
그러나 부상의 그늘은 짙었고 올해 100m에서 9초88을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0.3초가 늦다.
볼트는 대회 직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구 세계대회 100m에서는 세계신기록 대신 9초6~7대를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록보다는 성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각에선 볼트가 부상 탓에 생각만큼 경기력을 발휘하지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간판 스프린터였던 모리스 그린은 공개적으로 “자메이카의 떠오르는 별인 요한 블레이크(23)가 100m에서 볼트를 제치고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볼트가 이런 평가를 실력으로 일축하고 여전히 9초6대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다 실수를 범했다는 게 두 번째로 가능한 가정이다.
◇관중 방해는 없었다 = 볼트는 실격이 확정된 뒤 울부짖는 얼굴로 “(날 방해한 게) 누구냐(Who is it)”라고 외쳤다.
그러나 사진 판독실에 있던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와 레이스에 함께 나섰던 월터 딕스(미국),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볼트의 이 말은 특정인을 지칭했다기보다는 자신을 책망한 쪽에 가까운 표현이라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먼저 은메달을 딴 딕스와 블레이크는 “관중 소음은 없었다. 경기는 한결같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볼트가 먼저 앞서 나가려다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부정 출발의 책임을 전적으로 볼트에게 돌렸다.
딕스도 이날 준결승과 결승에서 잇따라 부정 출발이 있었던 점을 들어 블레이크의 의견에 동조했다.
장 이사는 “관중의 방해가 있었다면 경기 전에 스타트 총을 쏘는 심판이 선수들의 양해를 얻어 레이스를 멈춘다”며 “이런 일이 없었던 점을 볼 때 관중이 선수의 집중력을 깨뜨릴만한 소음을 냈다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프린터 출신인 장 이사는 대신 타이틀을 지키려던 볼트의 욕심이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가정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볼트는 1회전과 준결승에서 모두 50~60m 이후로는 속도를 줄이고도 10초10과 10초05라는 좋은 기록을 냈다”며 “결승에서 마음만 먹으면 9초6대는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들 정도로 몸이 좋았는데 스타트부터 지나치게 의욕을 부리다 실수를 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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