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문] 이야기도 소문도 많은 4대문 4소문
수정 2011-05-22 11:23
입력 201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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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입납”이란 말이 있다. 원래의 뜻은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면서 남대문 입납이라고 써서 편지를 보낸다는, 약간은 조롱 섞인 말이다. 또 “남대문에서 김 서방을 찾는다”라는 말도 있다. 이것 역시 비슷한 표현이다. 앞뒤가 안 맞고 무모한 일을 저지를 때 비웃는 말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지녀야 할 5대 덕목은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이다. 따라서
동대문인 흥인지문은 사연을 많이 안고 있다. 우선 약간씩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처음 세울 때부터 그런 기미가 생겼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수맥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동북쪽으로 기울었다가 봄이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문은 꼬리를 물고 커져서 나라에 큰 일이 생기면 동대문이 기울어진다는 이야기들이 퍼져 나가기도 했다. 특히 단종이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쫓겨나 영월에서 사약을 받고 비참한 최후를 맞을 때 흥인지문이 기울어졌다고 한다.
이번엔 남대문이다. 숭례문. 서울의 정문이다. 이 대문은 정말로 수난이 많다. 태조 때 세워졌지만 세종 때 다시 고쳤고, 성종 때 또 고쳤다. 그리고는 500년 동안 아무 일이 없다가 1962년에 약간 기울어지는 바람에 중건을 했다. 그런 숭례문, 우리나라 국보 1호가 2008년 2월 10일,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른 대문들은 모두 현판이 가로로 되어 있지만 숭례문만 세로로 세워져 있다. 이것은 ‘불’ 기운을 가지고 있는 관악산을 경계하기 위한 것인데 그 대문을, 600년이나 잘 버틴 서울의 정문에 불 지른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다는 말인가? 숭례문의 현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역시 양령대군의 글씨라는 설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 이 현판이 임진왜란 때 분실된 적이 있다. 그런데 청파역 배다리 밑에서 발견되어서 천신만고 끝에 다시 제자리에 걸렸다. 이번 불에 타서 전소되었을 때에도 다행스럽게 현판을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북대문인 숙정문은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삼청 터널을 지나서 왼편으로 초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신청을 하면 자세히 안내해 준다. 좀 긴 거리를 걷고 싶으면 정릉이나 아리랑 고개에서 출발해도 좋다. 공기도 좋을 뿐더러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자, 이젠 4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동소문은 원래 홍화문이라고 불렀다가 창경궁의 정문 이름과 같아서 혜화문이라고 고쳤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삼선교로 넘어가는 고개 위에서 왼편으로 올려다보면 예쁜 문이 나오는데 그것이 혜화문이다. 서소문은 서대문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없어졌다. 이름은 소의문이고 이 또한 돈의문과 함께 복원할 계획이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남대문과 대칭되는 남쪽의 소문은 광희문이다. 퇴계로 6가가 끝나는 지점에서 장충단 방향으로 접어들면서 왼편에 서 있다. 이 광희문은 죽은 이의 시신이 이 문으로 나간다고 해서 한때 시구문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그건 모두 옛날 이야기이다.
북쪽의 소문 그러니까 북소문에 해당되는 문은 창의문이다. 청와대 옆으로 가는 고갯길 꼭대기에 서 있는 이 문을 자하문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연유가 있다. 조선조 후기에 어떤 임금(숙종이라는 설도 있고 정조였다는 설도 있음)이 창의문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는 “자색 노을이 발 아래에 자욱하구나.”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자하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도 이곳 주민들은 자하문 밖이라고 하지 않고 ‘자문 밖’이라고 한다. 이른바 애칭인 셈이다. 자문 밖을 지나서 부암동 뒤편 또는 평창동 건너편에는 ‘백사실’이라는 아주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개도맹’을 살리고 있다는 곳인데 즉, 개구리, 도롱뇽, 맹꽁이가 살아 있는 자연 보존지역으로 서울에서 하나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의 문안을 들어오려면 이렇게 8개의 문 가운데 하나를 통과해야만 했다. 두 개의 문이 없어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5개의 문이 건재해 있고 숭례문도 곧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니 고마운 일이다.
글_ 정홍택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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