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와 열쇠수리공
수정 2010-03-14 15:16
입력 2010-03-14 00:00
그리고 한 달 동안, 저는 게일에게 직접 우편물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처음에 딱딱한 표정이던 게일 할머니는 점점 웃는 모습이 늘었습니다. “그냥 거기 놓고 가” 대신 점점 “문 열렸어”라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일과 가끔씩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고, 그녀가 살아온 삶에 대해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게일은 젊었을 때 이혼의 아픔을 겪고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요량으로 전혀 연고가 없는 서북미의 시애틀로 왔고, 여기서 법률사무소 서기로 일하면서 반평생을 보냈습니다. 늘 피의자, 가해자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에 대한 불신도 늘었고, 점점 자기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입니다.
한 달 후 건강을 회복한 게일은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조셉이 우리 우체부라는 게 정말 기뻐”라고 말하며 초콜릿이 담긴 상자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가끔씩 우체통 옆에 놓여 있는 긴 의자에서 편지를 기다리는 게일에게 인사했고, 게일은 환하게 웃으며 “조셉, 이제 왔어? 오늘은 일이 힘들지 않아?”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일의 우체통이 다시 꽉 차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시 게일의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꼭 전에 그랬던 것처럼, 조지앤 할머니가 게일의 집에 와 있었습니다. “게일한테 무슨 일 있어요?” “게일은 지금 병원 중환자실에 있어.” 조지앤은 게일의 폐가 약해지면서, 몸이 충분한 산소를 받지 못하는 병에 걸려 있다고 설명해줬습니다.
게일이 입원해 있는 병원은 우체국에서 자동차로 10분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조지앤 할머니는 병실 안으로 들어갔지만 저는 그냥 병실 앞에 서 있었습니다. “조셉, 게일이 보고 싶다고 들어오라는데?” 문을 열고 조지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게일은 안타까울 정도로 말라 있었지만, 눈만은 초롱초롱했습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제게 손을 뻗었고, 저는 게일의 손을 꽉 잡고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눈물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리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 편지, 조지앤에게 전해주면 돼.” “네. 걱정 말아요.”
병원 문을 나서면서 조지앤이 내게 말했습니다. “조셉은 우체부이기도 하지만, 열쇠수리공이 됐어도 잘할 뻔했어.” “예?” “아무도, 게일의 마음을 저만큼 열어준 이가 없었어. 가끔 게일이 그랬어. 조셉이 아니었다면, 아마 자기는 누구하고도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게일은 네가 우편물을 가져와서 말 붙여주고, 자기 말 들어줄 때가 지금까지 제일 행복했대.” 저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는 조지앤이 건네주는 작은 앨범 한 권을 받았습니다. “이거, 조셉 거야.” 그리고 그녀는 연방 눈물을 훔쳤습니다. 오드리 헵번을 닮은 게일의 젊은 시절 모습이 담긴 작은 앨범. 게일은 그걸 제게 주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소중한 다리, 그것은 친절과 진심입니다. 게일은 제게 그것을 알려주고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편지를 배달하는 제 손길에 조금씩 힘이 더 들어갑니다. “게일, 편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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