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퍼펙트 금메달] ‘女神의 피겨맘’ 14년 도우미 꿈 이뤘다
수정 2010-02-27 00:46
입력 2010-02-27 00:00
김연아는 7살 유치원생이던 1996년 과천 아이스링크에서 고모가 선물한 낡은 빨간색 피겨 부츠를 신고 피겨에 입문했다. 박씨는 당시 강사였던 류종현 코치가 “재능이 있다.”고 하자 고심 끝에 둘째 딸을 피겨선수의 세계로 들여보냈다. 그 후 박씨와 김연아는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오로지 훈련에 집중하는 스케줄을 짜서 움직였다.
위기도 있었다. 김연아에게 사춘기가 오면서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을 때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매일 빙상장과 학교를 오가고, 어머니와 온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폭발해버렸다. 당시 박씨는 김연아의 투정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김연아가 다시 링크로 돌아올 수 있게 다독였다. 마침내 2003년 김연아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기쁨을 맛봤다.
1997년 외환위기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레슨비와 대관비에 큰돈이 들어가는 피겨를 계속시키기 어려웠을 때 박씨는 ‘김연아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2006년 11월 시니어 무대에 진출하고 나서 첫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을 때 박씨는 “다른 선수들은 스케이트 부츠 1켤레(100만원대)를 서너 달씩 신는데 연아는 한 달도 못 신는다.”며 “이번 시즌은 부상도 있었고 정말 어렵게 준비했다. 두 달 전에는 은퇴까지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모든 스케줄을 일주일 단위로 김연아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남편과 첫딸 애라에 대한 ‘미안함’도 짐이었다. 엄마의 스케줄과 가족의 경제력이 동생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는데, 애라가 모두 이해하고 감수해준 것이 고맙다고.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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