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매조도’ 김홍도 ‘오원아집소조’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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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12 01:06
입력 2009-06-12 00:00

조선시대 서화감상 ‘안목과 안복’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13년 8월에 소실한테서 홍임(紅任)이란 딸을 얻었다. 그의 나이 51세 때다. 다산은 늘그막에 얻은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매화 그림(梅鳥圖)을 한 폭으로 그리고 그 밑으로 7언 절구 시 한 수를 지어 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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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매조도’
다산 정약용의 ‘매조도’
‘묵은 가지 다 썩어서 그루터기 되려더니/ 푸른 가지 뻗어 나와 꽃을 다 피웠구려/ 어디선가 날아온 채색 깃의 작은 새는/ 한 마리 응당 남아 하늘가를 떠도네’

그림은 다산의 마음이 담긴 시 내용 그대로다. 마르고 빈약한 매화가지가 가냘프게 가로로 서너 개 뻗어 있고, 미처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흰 매화들 사이로 활짝 핀 흰 매화 몇 송이, 그 아래 여린 가지 끝에 초록색 깃털의 멧새 한 마리가 포로롱 하고 날라갈 듯이 날쌔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방제(旁題)가 재밌다. ‘가경 계유년 8월 19일, 혜초(蕙草) 밭에 씨뿌리는 늙은이에게 짐짓 주려고 자하산방에서 쓰다. ’ ‘난초 밭에 씨뿌리는 늙은이’는 다산 자신을 말하는 것인다.

다산은 매조도를 두 번 그렸다. 한 폭은 1813년 7월 본처에게서 낳은 큰딸을 시집보내면서 비단 속치마에 그려줬는데 현재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번째가 소실에게서 딸을 얻은 뒤 그린 이 매조도다.

정약용의 두번째 ‘매조도’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조선시대 서화감상전 ‘안목(眼目)과 안복(眼福)’ 전시다. 안목을 기르고, 좋은 그림을 보니 평안하고 행복하게 된다는 의미다. 홍임은 그 뒤로 어찌 됐을까. 유배가 풀린 1819년에 다산은 소실과 딸을 데리고 상경했으나, 다시 다산초당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공화랑측은 “조선시대 문화의 르네상스인 영조·정조 시대의 대표적인 학자와 예술가로 정약용과 박지원, 김홍도를 손꼽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자리에서 정약용과 김홍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다산 선생의 친필서화 5건은 모두 처녀공개작이고, 김홍도의 작품도 도록으로만 알려졌지 일반 공개되지 않았던 ‘오원아집소조’ 등이 전시돼 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원아집소조’는 김홍도가 50대 이후 만년에 그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느슨한 필선으로 구도도 특별하게 신경쓰지 않은 듯한 그림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모여 글을 짓고 거문고를 뜯으며 술을 즐기는 모습이다. 바닥에는 술병과 술잔, 종이가 널려 있고 기생 세 명이 먹을 갈며 시중을 들고 있다. 김홍도의 대작인 ‘서원아집도팔폭병풍’, 마른 붓질로 가을철 낙엽이 떨어지는 까슬한 계절감각을 표현한 ‘산사귀승도’도 볼 만하다. (02)735-993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9-06-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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