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초대석] <6> 이기수 고려대 총장
수정 2009-01-13 00:00
입력 2009-01-13 00:00
“2011년 신입생 절반 교장추천 선발 추진”
-그렇습니다. 1일부터 4일까지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주근깨 빼는 수술을 해 밖으로 나갈 수 없었거든요. 주 의원과 연방의원이 됐을 때 나에게 정치자금을 준 사람들만 지원하는, 그리하여 나를 타락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런 고민이 오늘의 오바마를 이룬 것 같더군요. 담대한 희망에서는 친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 등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된 사람’이란 생각을 했고요. 다인종·다문화 사회를 살아갈 대표적 인물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게 인류평화를 위해선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로서는 대외 협상력이 그만큼 좁아진 측면도 있어 보여 아쉽기도 하고요.
●우리의 정신으로 위기 극복
→경제위기 상황입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해 10월 우리 대학 직원노조 21주년 기념행사에 간 적이 있습니다. 민노총 소속이라 민노총 간부들도 다 와 있었습니다. 다른 대학의 노조간부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우리 노조의 8대 강령 중 6개가 모두 “~투쟁하자.”로 되어 있어 3분정도 얘기하려다 열불이 나서 25분을 얘기했습니다. 이제 상생, 윈윈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있어 민주화 투쟁을 했고 그 결과, 5번의 직선이 있었고 그때마다 정권이 우파 좌파 우파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민주화는 된 셈이죠. 그렇다면 노조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투쟁, 투쟁’만 외칠 것인가요. ‘너와 나’의 개념이 아닌 화합할 수 있는 ‘우리’의 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사회양극화로 지방학생들의 서울진입이 갈수록 힘든 실정입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할 일은 없나요.
-공교육을 정상화할 입시안을 만들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습니다. 중간보고를 받았는데 구체성이 떨어져 다시 만들라고 했습니다. 신입생의 절반을 교장추천제로 뽑는 방안을 2011학년도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수능점수가 떨어져도 학교에서 반장이나 학생 자치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 학생들을 뽑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이와 관련,서태열 입학처장은 현재 검토중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신입생 위한 교양대학 설치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국제 경쟁력 있는 명품인재 육성입니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학문을 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에서 다양한 현대사회의 요구에 맞춰 시대가 원하는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명품인재가 되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명품인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담당할 가칭 ‘교양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을 만듭니다. 기존의 교양교육을 대폭 보완하여 1학년 때 소통의 수단으로서 외국어 교육도 받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인 봉사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사회봉사활동도 하고 산·학·연 인턴십을 통한 실무교육도 한 뒤, 2학년부터 전공교육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교양대학은 이번 3월 1학기부터 도입할 계획입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기존 총학생회가 아닌 학교가 책임지고 시행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제경쟁력 있는 명품인재 양성으로 2015년에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를 보면 명품인성과는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성인들을 위한 명품인성 재교육 필요성은 없나요.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공직자를 대상으로 여러 가상 상황을 기반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재교육시킨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대학의 경쟁력은 여전히 낮습니다. 우리 대학들의 약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대학을 나와야 먹고사는 구조입니다. 초·중·고 과정에서 인·덕성 기본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대학에 와서 인성교육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대학에서 바로 전공지식을 전수하기엔 기본자세가 안 돼 있는 거죠. 제가 교양대학을 설치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경쟁력에 대해 말하자면 외국에서 하는 대학평가는 연구중심 대학평가입니다. 대학원 중심의 평가고 학부평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발표한 2008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50위, 카이스트가 95위, 포스텍이 188위, 고대나 연대가 200위권에 진입했는데 고무적인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 100위권에 10개 정도는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교육에서 중요한건 부모 행동
→정부는 대학의 교육역량강화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고대의 경우, 지난해 연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3억여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교과부의 지원방식에 불만은 없는지, 개선해야 한다면 어떤 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까.
-본교와 분교를 합친 지표를 사용하다 보니, 예를 들어 취업률의 경우 본교가 불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본교와 분교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업기한이 촉박하여 사업계획 및 결과보고를 3개월에 모두 처리하므로 부실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있습니다. 최소 6개월 이전에 사업계획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자녀교육관은 무엇인가요.
-스스로 공부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이 되도록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은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릴 때부터 대화를 많이 하고 스스로 생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끈 것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신의·성실’과 모든 일을 인내와 근면성실하게 하자는 ‘만도내근’(萬道耐勤)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가르쳤습니다.
글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09-01-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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