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한반도] (1) 한·미 FTA와 통상전망
이영표 기자
수정 2008-11-06 00:00
입력 2008-11-06 00:00
FTA 비판적… 재협상·인준 험로 예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5일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미 두 나라간 최대 경제 현안인 자유무역협정(FTA)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한·미 FTA 협정 내용에 대해 공화당보다 한층 비판적인 자세를 보여온 터라 재협상 요구의 가능성은 물론이고 최종 의회 비준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고되고 있다.
●오바마 “한·미 FTA는 결함 있는 협정”
오바마와 민주당은 지난해 한·미 FTA 협정 타결 이후 줄곧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오바마는 올 초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한·미 FTA가 자동차와 쇠고기 등 무역 핵심산업 보호와 환경, 노동 등 신(新) 통상정책의 기준들에 맞지 않는다.”고 공격한 데 이어 5월에는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미 FTA는 아주 결함 있는(badly flawed) 협정”이라고 발언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자동차 부문이었다. 미국에서는 한국산 차가 연간 70만대 이상 판매되는 데 반해 미국산 차는 한국에서 5000대밖에 안 팔리는 역조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오바마 지지 세력인 전미자동차노조(UAW)에 대한 배려도 감안됐다.
●전망1:재협상 요구 가능성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미국은 한·미 FTA 전반에 대해 전면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의회의 비준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노조의 지지에 기반을 둔 오바마 후보는 자동차 산업에서 한·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이 오바마 당선인 취임 직후인 내년 2~3월쯤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이미 자동차 시장을 상당폭 개방해 놓은 우리 입장에서 관세·소비세 등 그들에게 줄 당근이 마땅치 않다는 것으로 자칫 전체 판이 깨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망2:재협상 요구 가능성 낮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FTA 재협상의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오바마측이 일부 문제 제기를 한 적은 있지만 FTA 자체를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경기부양과 이를 위한 국제 공조가 중요한 만큼 대선 후보가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오바마는 재협상을 강도 높게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행정부에 더해 의회까지 장악한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대부분 FTA로 수출 증대가 기대되는 지역들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재협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추가협상 여지 남겨 놓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 새 행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오바마 당선인이 한·미 FTA 비준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왔으나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추가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의 바람은 17일부터 시작되는 미 의회의 레임덕 세션 안에 비준안이 처리되는 것”이라면서 “추가 협상이 될지, 보완 협상이 될지는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 추가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 한국의 ‘선(先) 비준’ 전략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비준 동의를 할 것을 국회에 촉구해 왔다.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야 미국이 비준하도록 압박할 수 있고 재협상 요구도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국회 비준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비준을 한 뒤 미국이 재협상 요구를 해 오면 우리는 수정된 내용으로 재비준을 해야 하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호 김태균 이영표기자 windsea@seoul.co.kr
2008-11-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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