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네티즌과 어울려 즐겁게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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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7-18 00:00
입력 2008-07-18 00:00
진보는 왜 늘 엄숙하고 진지할까. 저항인 동시에 놀이의 현장이기도 했던 촛불시위는 진보도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직 시민운동가 세 명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재미있게 진보하기’ 방법을 들어봤다. 요청에 따라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

“시민운동가도 ‘스타 논객’ 될 수 있다”

10년 넘게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J씨는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운동가는 많아도 토론에 참여하는 시민운동가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면서 “시민운동가도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논객’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 시대 진보운동이 만나야 할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과 어울려 노는 것 자체가 진보진영이 추구하는 ‘진보’ 가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J씨는 “개인 차원에서 즐겁게 참여하는 논객으로서의 활동이 시민운동가뿐 아니라 시민단체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가 엽기발랄한들 어떠하리”

H씨는 현재 대학 부설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는 전직 인권운동가다. 그는 “진보도 엽기발랄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서태지와 ‘진보’를 연결시킨 자동차 광고 카피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보의 이미지가 활개를 칠 때 진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빨갱이, 체제전복세력, 친북 또는 종북세력’으로 연결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시민단체들이 각자의 주제를 갖고 인터넷 생중계를 시도해보자.”고 제안한다.“여성단체는 여성의 눈으로, 청소년단체는 청소년의 눈으로 광장에 모인 시민들, 광장에 모이지 않은 시민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자.”는 것이다.

“삼팔선은 그만 지키자”



7년 가까이 시민운동을 하다 정부 위원회에서 일하는 S씨는 “시대는 생동감 넘치는데 진보진영은 구태의연하다.”면서 “무겁고 엄숙해야만 권위가 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책적 반대를 위한 퍼포먼스만 할 것이 아니라 일상에 찌들고 지친 시민들을 웃고 행복하게 해줄 ‘쌩쇼’라도 해 보자.”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니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자가당착적인 의식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08-07-18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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